법조계에선 “여권이 고발하거나 주문한 사건들에 대해 단서 확보 등 수사의 정당성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문어발식으로 밀어붙이기 수사를 하다 보니 잇따라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공수처가 출범 후 정식 입건한 23건 목록에서 공직자 뇌물·부패범죄는 ‘스폰서 검사’ 관련 사건 단 한 건으로 설립 목적과 거리가 있는데, 이 때문에 수사의 공정성·중립성을 잃었다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조국’‘미애’ 검색 증거 효력 잃어…김기현 “불법 압색 김진욱 구속해야”
이로써 공수처 수사관들이 당시 김 의원 사무실 PC에서 ‘조국’‘경심’‘오수’‘미애’ 등 검색어를 넣어 추출한 전자정보를 포함해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증거물은 효력을 잃게 됐다. 공수처는 대법원에 재항고할지 검토하고 있다.
이에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은 김진욱 공수처장과 여운국 공수처 차장에 대해 압수수색을 즉각 실시하고 구속 수사하라”라고 촉구했다. 김 처장과 여 차장이 불법 압수수색을 직접 지시했다는 판단에서다. 김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수사팀에 대해 파면을 비롯한 엄중한 징계 조치를 하고 수사에서 즉각 배제할 것을 요구한다”라고 강조했다.
공소장 유출 무리한 압색도 도마에…“영장 내준 판사도 문제”
보도 이후 박범계 법무부 장관 지시로 대검 감찰부가 6개월 동안 공소장 유출 진상조사를 벌인 결과 수원지검 수사팀 검사들이 언론에 유출했다는 증거나 단서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데 시민단체의 지난 5월 고발을 근거로 6개월 만에 공수처가 마치 수원지검 수사탐 검사들의 유출이 사실인 것처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는 것이다.
공수처는 26일 대검 서버에서 수원지검 수사팀 관계자 7명이 주고 받은 공문서, 내부 메신저 쪽지, e메일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도 사전 고지 절차를 빠뜨려 “절차 위반”이라는 항의를 받고 압수수색을 중단했다. 공수처는 결국 “압수수색을 안 한 것으로 하자”며 되돌아간 뒤 29일 대검 서버와 수원지검 서버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한다.
또 수사팀에 있다가 이 고검장 기소 두 달 전 원대복귀한 검사 2명까지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해 허위 내용으로 영장을 받은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이 중 한 명인 임세진 부산지검 공판1부장은 압수수색 영장에 대한 준항고 여부를 결정할 목적으로 오는 29일 오전 10시 공수처에서 열람·등사를 신청하고 정보공개를 청구할 예정이다.
압수수색 범위도 의혹과 무관한 내용까지 과도하게 넓게 잡았다는 지적이다. 공수처는 “피의자가 지난 5월 12일 이 고검장을 기소하고 다음 날인 13일 공소사실 편집본을 사진으로 촬영한 다음 언론에 건넸다”고 주장하면서도 5월 3일부터 12일까지 수원지검 수사팀 내 소통 기록 전체를 압수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수원지검 수사팀에선 “ 12~13일 기록만 보면 되지 전체 기록은 무슨 목적으로 보려 하느냐”며 “공소장 유출 사건과 무관하게 이 고검장 수사와 관련된 기밀을 들여다보려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공수처가 조국 전 장관 등 여권 핵심 인사들과 관련한 김학의 불법 출금 검찰 수사를 놓고 ‘먼지떨이 수사’를 벌인다는 비판도 나왔다. 압수수색 영장에서 공수처는 피의자에 대해 “형사사법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으로 일체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사람”이라며 압수수색 목적으로 “피의자를 특정하고 혐의사실을 명확히 하기 위해”라고 썼다고 한다. 피의자를 특정한 뒤 최소한도로 압수수색을 하는 일반적 수사절차가 아니라 ‘일단 털어보고 아니면 말고’라는 식의 수사 방식이어서 강한 반발을 샀다.
한쪽에선 이 고검장 수사를 포함해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 과정에서 여권 및 법무부와 갈등을 빚어온 수원지검 수사팀을 상대로 공수처가 ‘보복 수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앞서 대검 감찰부(부장 한동수)의 진상조사 결과 형사사법시스템 등 검찰 내부망을 통해 이 고검장 공소사실 편집본을 열람한 검찰 관계자가 30명가량인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이 중 수원지검 수사팀 관계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이성윤 공소장’ 고발 시민단체도 “반 년동안 수사 않다가 왜?”
근본적으로 공개 재판에서 공개가 예정돼 있는 공소장에 대해 공수처가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수사하겠다는 발상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형법 127조 공무상비밀누설죄는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는 것을 구성요건으로 한다. 동법 126조 피의사실공표죄의 경우 검찰 등 수사기관은 “직무상 지득한 피의사실을 공판청구 전(前)에 공표한 경우 처벌한다”고 돼 있다.
아울러 공수처는 고발사주 의혹 수사 과정에서 대검 감찰부가 지난달 29일 대검 대변인 공용 휴대전화를 불법 압수·포렌식했다는 논란과 관련해 ‘하청 감찰’ 의혹을 받고 있다. 대검 감찰부는 당시 휴대전화를 영장 없이 임의로 제출받고선 참관 없이 디지털 포렌식 한 뒤 이달 5일 공수처에 압수수색 형식으로 넘겨줬기 때문이다.
또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 3월 이성윤 고검장을 수사 외압 의혹 관련 면담 조사를 하며 휴일에 직접 자신의 비서와 관용차량을 보내 태워온 뒤 조서 등 기록을 남기지 않은 채 ‘황제조사’를 벌이고서 공식 사과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