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호 내셔널팀장의 픽: ‘탄광 활황’ 속 문화가 된 음식
최근 황복규(67) 경북 문경시 가은읍 왕릉3리 이장이 한 말입니다. 그는 1975년부터 13년간 문경탄광에서 광부로 일했답니다. 문경은 남한에서 처음으로 탄광이 문을 연 곳이기도 합니다.
“보글보글 족살찌개…탄광 일할때 생각나”
문경 광부들이 돼지고기를 즐겨 먹었던 이유는 간단합니다. 기름기 많은 돼지고기가 목에 낀 탄가루와 함께 씻겨 내려간다고 생각한 겁니다. 고기와 어우러진 국물에는 막걸리 한 잔도 빠질 수 없었겠지요.
족살에 갖은 채소…칼칼하고 시원한 맛
문경이 탄광지대로 명성을 떨친 건 1926년 ‘문경탄광’이 시초라고 합니다. 일제강점기 당시 문경탄광과 은성무연탄광을 합쳐 부른 말입니다. 이후 문경은 강원 태백에 이어 국내 제2 탄전지대로서의 명성을 이어가게 됩니다. 당시 작은 규모의 광산까지 합치면 광산 운영을 하는 업자만 300명쯤 됐다고 합니다.
한때 문경에는 광부가 7200명에 달할 때도 있었답니다. 마을마다 요정이 서너 개씩 있었고, 광부들의 월급날은 지역 사회가 들썩였을 정돕니다. “‘사장님!’이라고 부르면 길을 가던 행인 10명 중 7명이 뒤를 돌아봤다.”(한국문화원연합회-‘사라져 가는 기억, 한국의 탄광’)
남한 최초 탄광…문화가 된 음식
이제 문경에 탄광은 없지만 그때 그 시절 흔적은 남아있습니다. 광부들이 즐겨 먹던 ‘족살찌개’ 입니다. 칼칼한 찌개가 단순한 음식을 넘어 지역문화로 자리한 것도 이런 역사성에 기인합니다.
족살찌개는 문경 사람들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체이기도 합니다. 막장에서 구슬땀을 흘렸던 광부들의 밥상을 문경시가 직접 관리하고 나선 겁니다. 1호점인 수정식당을 시작으로 황토성, 매봉산, 메밀꽃필무렵, 한우리식당 등 5곳이 족살찌개 전문식당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엄격한 심사…전문식당 5곳 선정”
이런 절차를 밟은 덕분인지 전문식당의 자긍심도 높습니다. 1호점인 수정식당 정임순(68) 사장의 말만 들어도 족살찌개의 오랜 명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내려온 레시피대로 만들기 때문에 과거 광부들이 먹던 맛을 이어갈 수 있다. 결국 돼지고기와 갖은 채소의 맛을 얼마나 신선하게 유지하느냐가 맛의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