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개봉하고 몇 개월 뒤 부산경찰청이 실제로 10대들을 영입한 폭력조직을 붙잡으면서 화제가 됐다. 경찰 관계자는 “폭력조직들이 신규 조직원을 영입하는 방법의 하나가 관할 지역 중·고교에서 싸움을 잘하는 학생들을 영입하는 것”이라며 “주로 해당 학교를 졸업한 조직원이 재학생을 찾아가 영입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SNS에 올린 허세 샷 보고 자발적 가입도
조직원 영입 방식의 변화는 안양지역 폭력조직인 ‘타이거파’와 'AP파'에서 도드라졌다. 이 두 조직은 경찰에 몇 차례 일망타진되면서 세력이 약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13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38명(타이거파 24명, AP파 14명)을 영입하면서 다시 세력을 불렸다.
신규 조직원 영입 방법의 하나는 개인 SNS 계정에 사진·동영상을 올리는 것이다. 비싼 술을 마시거나, 외제 차나 고급 시계 등 재력을 과시하는 이른바 ‘허세 샷’을 주로 올린다. 긍정적인 댓글을 단 이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가입을 권하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는 허세 샷에 속아 자발적으로 가입하기도 한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유튜브 등 개인 방송에 진출하는 전·현직 조폭들이 많이 늘면서 이들이 과장·미화한 경험담을 동경해 가입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성 없다…다른 동네 출신 영입, 뜨내기 조폭도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과거엔 수원 출신은 수원지역 조직에, 안양 출신은 안양지역 조직에 몸을 담았다면 현재는 안양지역 조직에 인근 군포·의왕 출신이 들어오는 등 지역을 벗어난 영입이 많다”며 “일부 조직은 경찰 수사로 와해한 다른 지역의 조직원들을 포섭하는 방식으로 세를 불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 조직에 계속 몸을 담는 것도 아니다. 사는 곳이나 친분 등에 따라 옮겨 다니는 뜨내기 조폭도 많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요즘엔 A조직에 있다가 B조직, C조직으로 옮겨 다니는 조폭도 상당하다”며 “조직 탈퇴에 따른 폭행 등은 경찰 수사의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요즘은 보복 대신 내부에 ‘저 사람은 이제 우리 조직원이 아니니 아는 척하지 말라’고 지시한다”고 했다.
지역색은 옅어졌지만 ‘또래’ 의식은 강해졌다. 속한 조직이 달라도 비슷한 연배의 조직원들이 SNS 등을 통해 ‘8X년 생’ ‘9X년 생’ 모임을 만들어 친분을 쌓는다. 정기적으로 연락하면서 여러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부산 지역 조폭이 추진한 사업에 경기도 등 다른 지역 조폭이 연루되는 것도 이런 이유”라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갈취 아닌 직접 사업…30대에 조직 가입하기도
폭력조직이 세를 불리기 위해 나이를 가리지 않고 가입시키는 경우도 있지만, 사업 영역의 확장으로 신규 조직원들의 연령대가 높아졌다고 분석한다. 예전 조폭이 유흥업소나 오락실, 성매매 업소, 술집 등에서 금품을 갈취했다면 현재는 직접 운영한다. 사업(?)을 통해 친해진 비슷한 연령대의 돈 많은 사장이나 친구 등에게 “뒷배를 만들어주겠다”며 자신의 조직으로 끌어들인다는 것이다.
한 경찰관은 “조폭들은 기수가 아닌 나이로 서열을 정하기 때문에 ‘신입 형님’과 ‘조직 생활을 오래 한 동생’ 간에 하극상이 발생하는 일도 많다”고 말했다.
최근엔 온라인 도박사이트 등 비대면 사업으로 눈을 돌린 조직도 많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집단 폭행 사건 등은 많이 줄었지만, 소규모 피해 사례는 여전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보복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하는 피해자들도 많은데 경찰은 신고자의 신원을 보호하고, 다양한 피해자 보호·지원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니 안심하고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