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무력화 될수도"…"끔찍" 과학자도 놀란 최악의 변이

중앙일보

입력 2021.11.26 19:25

수정 2021.11.26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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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확인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새 변이(B.1.1.529)가 최악의 변종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며 각국이 긴장하고 있다. 국내에선 아직 확인된 사례가 없지만, 보건 당국은 출국 전 유전자 증폭(PCR) 검사에서 음성이 확인된 해외 입국자를 전수 검사해 변이 여부를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26일 김은진 중앙방역대책본부 검사분석팀장은 브리핑에서 새 변이와 관련, “누 변이라고 불리는 ‘B.1.1.529’는 아직 정확히 명명되지 않았다”라면서 “WHO(세계보건기구) 전문가 회의를 통해 관심 변이(VOI) 또는 주요 변이(VOC)로 결정되면 명명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 "음성 확인자라도 입국 후 검사"

그러면서 “GR형이라 델타와 다르고 특이적으로 32개 변이 부위가 확인된다”며 “기존 알파, 델타, 감마 등의 변이가 10개 안팎의 변이 수인 것을 참고할 때 상당히 많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누' 변이 바이러스. 데일리메일 캡처

 
김 팀장은 “전문가들은 32개 변이 부위에 포함된 특정 변이가 감염성을 증가시킨다거나 면역 회피를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 갖고 있어 주의해서 모니터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며 “방역당국도 전문가 의견에 동의해 아프리카 입국자를 전수 감시로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각국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영국과 이스라엘은 남아공 등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를 결정했다. 영국 BBC는 “이 변이는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심각한 버전이며, 너무 긴 변이 목록을 가져 한 과학자는 끔찍한 것으로 묘사했고, 다른 과학자는 본 것 중 최악의 변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남아공 넬슨만델라의대의 유전학자 툴리오 드 올리베이라 교수는 언론 브리핑에서 이 변이의 경우 스파이크 단백질의 수용체결합영역(RBD)에서 변이가 10개 확인돼 2개뿐인 델타와 비교된다고 밝혔다. 스파이크 단백질은 바이러스가 인간 세포에 침투하면 수용체와 결합해 세포 문을 여는 열쇠 역할을 한다. 침투 핵심 단계라 이 단백질의 구조 변화는 감염력, 침투력에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백신 접종으로 중화항체가 생겼더라도 이 단백질이 변이되면 무력화될 수 있다. 


당국에 따르면 WHO 데이터베이스(DB)에 등록된 새 변이 확진자는 현재까지 남아공, 보츠와나, 홍콩 등에서 66건이다. 그러나 BBC 보도에 따르면 남아공 가우텡주에서만 77건이 확인됐다고 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보츠와나나 남아공에는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환자가 10~20% 되는데 그런 환자서 변이가 더 잘 나올 특성이 있다”며 “정보가 많지 않지만, 전염력이 빠르다는 연구 결과가 있고 변이에 따른 전염력, 병독성, 백신 효과 감소 등의 특성을 수반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사전 PCR 검사에서 음성 확인이 된 입국객에 대해 전수 1일 차 검사를 하고, 변이 확인 모니터링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시간문제일 뿐 국내 유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최대한 이를 지연시키기 위해서라도 선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우주 교수는 “델타도 처음에 별거 아닌 줄 알았다가 확산 규모를 키웠다”며 “델타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도록 공항 방역을 철저히 하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가 델타 변이 확산 때 세계 80여국에 퍼져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전문가들이 대책 마련을 주문했지만 당국은 주요 변이가 아니라는 말만 반복했고 거리두기 개편안 적용으로 방역까지 완화해 안일하게 대응해 확산 규모를 키웠다는 비판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