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획 돌입하면 다시 5인 모임 금지?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다"

중앙일보

입력 2021.11.2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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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자 정부가 그간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던 비상계획에 대해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비상계획에 들어간다면 단계적 일상회복 이전의 사적 모임과 영업 제한 등이 일정 수준에서 부활할 수는 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체제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 사실상 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방역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며 “수도권만 놓고 보면 언제라도 비상계획 발동을 검토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와 관련, “내부적으로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인 단계”라고 설명했다. 
 
지난 16일에만 해도 손 반장은 “의료체계에 여력이 있어 비상계획을 발표할 상황까지로 보고 있지 않다”며 “극단적 조치 강구할 정도로 위험한 상황은 아니다”고 했는데 입장이 달라졌다. 최근 방역 지표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의료체계가 더는 버틸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방역 강화 요구가 나오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신규 환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4000명대를 기록했으며 위중증 환자도 연일 최다치를 경신해 600명에 육박했다. 
 
‘비상계획=사회적 거리두기 회귀’ 처럼 여겨지지만, 정부가 지난달 말 단계적 일상회복에 앞서 발표한 비상계획 주요 내용을 보면 ▶방역 패스 확대 ▶사적 모임·행사 규모 제한 ▶시간제한 ▶취약시설 면회금지 ▶병상 확보 및 재택치료 확대 등이다. 이대로 비상계획에 돌입한다면 일부 방역을 강화하는 수준일 가능성이 크다. 
 
중대본 관계자는 “비상계획을 발동한다고 하면, 해외처럼 대대적으로 봉쇄하는 것이나 거리두기를 강하게 제한하는 이미지가 있는 거 같은데 그런 방향은 애초 지양하겠다고 한 것”이라며 “이전처럼 고정되고 전면적인 조치를 하는 방식은 아니다”고 말했다.  

22일 오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응급의료센터에서 구급 대원들이 감염환자 전용 출입문으로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뉴시스

이미 비상계획에 준하는 조치는 수도권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실효성이 있으려면 거리두기를 어떤 식으로든 조정해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요양병원 면회를 금지했고, 행정명령을 내려 병상을 추가 확보했다. 재택치료도 70세 이상 접종 완료자를 대상으로 일부 허용하는 등 확대했다”며 “청소년 방역 패스 적용도 검토하고 있으니 자영업자 등 국민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시간, 모임 제한 등을 빼고는 사실상 비상계획을 발동 중인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어느 수준으로든 결국 거리두기를 하는 게 답인데 그럴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게 문제”라며 “팬데믹 상황에서 대비 계획이 없으면 실패를 예고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제3차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비상계획 자체가 고정된 조치의 조합은 아니다”며 “상황을 보고 그것에 맞게 방역 요소의 적절한 수위를 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비상계획을 하더라도 확진자 숫자는 늘어날 거라, 또 다시 그다음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단계적 일상회복 2단계를 천천히 가는 것도 비상대응 계획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말했다. 
 
원래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 돌입 5주차인 내주부터 2주간 상황 평가를 거쳐 12월 13일에는 2단계로 전환할 계획이었지만 이런 단계 전환을 일단 미루고 할 수 있는 대응을 최대한 하면서 시간을 버는 게 방법일 수 있단 얘기다. 정재훈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력하게 하지 않아도 비상계획 신호를 어떻게 주느냐에 따라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도 했다. 정부는 25일 단계적 일상회복 지원위원회 회의를 열고 26일 비상계획 일환의 방역 강화 조치를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