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에만 해도 손 반장은 “의료체계에 여력이 있어 비상계획을 발표할 상황까지로 보고 있지 않다”며 “극단적 조치 강구할 정도로 위험한 상황은 아니다”고 했는데 입장이 달라졌다. 최근 방역 지표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의료체계가 더는 버틸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방역 강화 요구가 나오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신규 환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4000명대를 기록했으며 위중증 환자도 연일 최다치를 경신해 600명에 육박했다.
‘비상계획=사회적 거리두기 회귀’ 처럼 여겨지지만, 정부가 지난달 말 단계적 일상회복에 앞서 발표한 비상계획 주요 내용을 보면 ▶방역 패스 확대 ▶사적 모임·행사 규모 제한 ▶시간제한 ▶취약시설 면회금지 ▶병상 확보 및 재택치료 확대 등이다. 이대로 비상계획에 돌입한다면 일부 방역을 강화하는 수준일 가능성이 크다.
중대본 관계자는 “비상계획을 발동한다고 하면, 해외처럼 대대적으로 봉쇄하는 것이나 거리두기를 강하게 제한하는 이미지가 있는 거 같은데 그런 방향은 애초 지양하겠다고 한 것”이라며 “이전처럼 고정되고 전면적인 조치를 하는 방식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요양병원 면회를 금지했고, 행정명령을 내려 병상을 추가 확보했다. 재택치료도 70세 이상 접종 완료자를 대상으로 일부 허용하는 등 확대했다”며 “청소년 방역 패스 적용도 검토하고 있으니 자영업자 등 국민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시간, 모임 제한 등을 빼고는 사실상 비상계획을 발동 중인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어느 수준으로든 결국 거리두기를 하는 게 답인데 그럴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게 문제”라며 “팬데믹 상황에서 대비 계획이 없으면 실패를 예고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래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 돌입 5주차인 내주부터 2주간 상황 평가를 거쳐 12월 13일에는 2단계로 전환할 계획이었지만 이런 단계 전환을 일단 미루고 할 수 있는 대응을 최대한 하면서 시간을 버는 게 방법일 수 있단 얘기다. 정재훈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력하게 하지 않아도 비상계획 신호를 어떻게 주느냐에 따라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도 했다. 정부는 25일 단계적 일상회복 지원위원회 회의를 열고 26일 비상계획 일환의 방역 강화 조치를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