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 흐름은 이와 달랐다. 원화가치는 지난달 말 달러당 1168.6원에서 24일 1186.5원으로 1.5% 하락(환율은 상승)했는데, 이 기간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3조768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33조원가량 내다 팔던 '셀 코리아' 기세와는 딴판이다.
"원화 약세 제한적" 기대
달러 강세의 성격도 종전과는 차별화하는 모양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인덱스(1973년=100)는 24일 장중 한때 96.6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7월 이후 최고치다. 이달 들어서만 2.6% 올랐다.
강달러의 배경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 미국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임박 등도 있지만 유럽의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유로화 약세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신흥국 경기 부진이나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촉발된 게 아닌 만큼 외국인이 한국에서 주식을 팔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달러 강세가 외국인의 자금 이탈로 이어진다는 등식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삼전·SK하이닉스 쓸어담아
D램은 한국의 주력 수출품으로, D램 가격 흐름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척도 역할을 한다. 씨티그룹도 "D램 가격 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평가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미국 제2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부지로 텍사스주 테일러시가 선정됐다는 소식도 반도체 업황이 최악 국면이 지났다는 심리에 불을 붙였다"고 말했다.
실제 외국인은 22~24일 사흘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9301억원, 3980억원가량 순매수했다. 이 기간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액(1조3979억원) 전체에 육박하는 수치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외국인이 국내 반도체 주식이 상대적으로 싸다고 보고, 현시점을 저점 매수 기회로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움직임을 가를 변수는 미국 금리 인상 논의, 중국 경기의 안정 여부다. 정용택 본부장은 "외국인의 일방적 매도는 지났고 박스권에서 한국 주식을 사고파는 흐름을 보인다"며 "중국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돼야 외국인들이 본격적으로 국내 주식을 살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