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3년물 금리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에다 한국은행이 오는 25일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22일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52%포인트 오른 연 2.018%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장·단기 스프레드(10년물-3년물 금리 차이)는 0.368%포인트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화했던 지난해 3월 12일(0.325%포인트) 이후 20개월 만에 격차가 가장 작아졌다.
장단기 금리 차는 지난 3월만 해도 1%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당시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2년 만에 처음으로 2% 선을 뚫고 상승세를 탔다. 3년물은 한국은행의 초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며 연 1%대 초반에서 움직였다.
상황이 달라진 건 지난달부터다. 단기 국고채 금리가 급등하면서다. 지난달 27일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연 2.044%)는 3년 만에 2%를 넘어서며 최고치를 기록했다. 10월 1일(연 1.633%)과 비교하면 한 달여 만에 0.4%포인트 이상 뛰었다. 같은 기간 10년물 금리는 3년물 상승 폭의 절반 수준인 0.23%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3년물 금리가 치솟은 것은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공급망 쇼크가 맞물리면서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다. 각국 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정책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박태근 삼성증권 글로벌채권 팀장은 “최근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영국, 호주 등 주요국의 (국채) 단기 금리가 일제히 급등하고 있다”며 “세계 곳곳이 인플레이션으로 몸살을 앓다 보니,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단기 금리에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당수 채권시장 전문가는 장단기 금리 차가 좁아지는 커브 플래트닝이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환종 NH투자증권 FICC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은행이 오는 25일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데 이어 내년에도 최소 한 번 이상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동안 장단기 스프레드가 축소되는 움직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도 “통화정책이 정상화되는 구간에서는 장단기 금리 차가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재의 ‘커브 플래트닝’이 경기둔화 우려로 해석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신환종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점차 둔화하면서 코로나19 이후 되살아난 경기 확장 국면이 정점을 통과한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들썩이면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진다. 단기 채권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의 지표인 금융채 등 시장금리가 오르기 때문이다. 국내 시중은행의 대출금리에 반영되는 5년 만기 금융채(AAA)금리는 22일 연 2.488%로 연초(연 1.536%)보다 0.952%포인트로 1% 가까이 올랐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단기채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 대출 이자 상승으로 저신용자·저소득자가 이자를 못 갚을 우려가 있고,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소비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