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사제는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해 발언권과 의결권 등을 행사하는 제도다. 그간 노동계가 요구해온 핵심 정책 중 하나지만, 재계에선 경영권 침해 등을 이유로 반대해왔다. 양측이 첨예한 사안에 이날 이 후보가 “야당이 반대하거나 협조하지 않더라도, 신속하게 공공부문 노동이사제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선거대책위에서 최우선 과제로 처리해달라. 내가 책임지겠다”고 추진 의지를 못 박은 것이다. 이 후보는 이미 경기지사 시절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노동이사제를 시행해본 적이 있다.
이 후보는 경영권 침해 우려에 대해선 “실제로 조직을 책임지는 노동자들이 대표 한 명을 뽑아서 수많은 이사 중 1명~2명 참여하는 게 경영에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오히려 “경영진으로부터 오는 정보보다 노동이사제를 통해 문제점을 발견하는 등 공공기관의 새 발전 계기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기적으로는 “정기국회 안에 처리할 방법을 찾아보면 좋겠다”고 했다. 이번 정기 국회는 내달 9일까지다. 이소영 선대위 대변인은 “이 후보의 입장은 대통령 당선된 이후로 미루는 게 아니라 지금 당장 (하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노동이사제, 文의 더딘 공약…李 “약속은 지켜야”
하지만 이행은 쉽지 않았다. 노동이사제 도입을 주장하는 측이 롤모델로 제시하는 독일 등과 달리 노사 갈등이 극심한 한국에선 큰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게 재계 측의 입장이다. 노동자 이사가 노사 협상 사안을 이사회 안건으로 끌어들여,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문재인 정부 두 번째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작년 1월 취임 당시 ‘노조 추천 이사제를 유관기관과 적극 협의해 추진하겠다’는 노사 공동선언문을 만들었다가, 지난 2월 기자간담회에서 “노조 추천 이사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사안”이라며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그래서 노동계에선 이 후보에게 전향적인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14일 이 후보가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방문했을 때도 노조 측 인사가 “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노동이사제를 이야기했는데 임기가 다 끝나가도록 이행되지 못했다”고 지적했고, 이 후보는 “(노동이사제를) 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이 후보는 이날 한국노총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이 (노동계와의) 약속조차 지키지 않아서 ‘한국노총 지도부가 외사랑 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듣게 됐다는 말씀에 정말 가슴이 아프다”며 “정치에서 약속은 정말로 중요하다.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해야 하고 약속했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민주당의 이재명과 다르다”
이 후보도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노동이사제 관련 발언을 하다, “제가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이라고 말씀드리는 이유는 이재명의 민주당은 신속하게 해야 할 일에 좌고우면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