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연출자 겸 각본가 연상호 감독의 말이다. 지난 19일 84개국에 공개된 ‘지옥’은 20일 기준 플릭스패트롤의 집계에서 전 세계 넷플릭스 TV시리즈 부문 인기 1위에 올랐다. 한국 등 24개국에서 1위다. 영화·드라마를 합쳐 한국산 콘텐트 가운데 역대 가장 빠른 속도다. 앞서 ‘오징어 게임’은 공개 8일 만에 정상에 올랐다. ‘오징어 게임’은 2위가 됐고, KBS 로맨스 사극 ‘연모’도 9위에 오르며 한국산 콘텐트 세 편이 10위권에 들었다.
‘지옥’은 정체불명의 괴물이 특정인에게 나타나 죽을 시간과 지옥행을 고지하고, 고지한 때가 되면 또 다른 괴물들이 나타나 특정인을 죽음으로 몬다는 초자연적 설정이다. 이런 죽음을 죄에 대한 신의 벌이라 주장하는 신흥종교집단 ‘새진리회’가 득세한다. 사람이 죽는 장면이 실시간 생중계되는 가운데 과연 이것이 신의 벌인지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지옥’은 21일 기준 평론가 지수 100%, 이용자 지수 89%로 초반 평가도 좋다. “(호러영화 감독) 클라이브 바커, ‘다빈치코드’ ‘링’을 섞은 것 같다”(영국 매체 데일리 텔레그래프), “초반 전개는 느리지만 점차 경찰물, 폭력적 호러, 인간의 결함, 죄, 도덕성, 정의와 미디어의 영향력에 관한 뒤섞인 생각들로 흐른다”(호주 매체 더 에이지) 등 해외 평론도 우호적이다.
‘지옥’이 최단 시간 만에 정상에 오르면서 ‘오징어 게임’처럼 지속해 인기를 누릴지도 관심사다. ‘지옥’은 유아인이 연기하는 ‘새진리회’ 초대 의장을 비롯해 양익준·박정민·김현주가 각각 연기한 형사·PD·변호사 등의 주요 캐릭터가 다층적으로 얽혀 전개된다.
허남웅 평론가는 “인간사의 원인을 찾으려 하면서 시작되는 지옥을 그린 게 연상호의 세계관이고, 웹툰을 그대로 잘 구현한 느낌”이라며 특히 극 중 ‘저는 신이 어떤 놈인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어요. 확실히 아는 건 여긴 인간들의 세상이라는 겁니다. 인간들의 세상은 인간들이 알아서 해야죠’라는 대사를 두고 “연 감독의 메시지가 압축된 대사”라고 짚었다. 다만 정덕현 평론가는 “‘죽음’을 구현하기 전 괴물들이 인간을 폭행하고, 인간이 인간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 등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고 지적했다.
‘지옥’은 6부작으로 1~3편은 유아인과 양익준이, 4~6편은 김현주와 박정민이 극을 이끈다. 정덕현 평론가는 “전체를 꿰뚫는 주인공이 없고, 주요 인물이 계속 변하며 이야기가 이어지는 특이한 구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