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다음 정부에 부동산 어려움 안넘겨” 내년 입주물량 반토막인데

중앙일보

입력 2021.11.21 22:33

수정 2021.11.21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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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과 관련해 “남은 기간 하락 안정세를 목표로 두고 있다”며 “다음 정부까지 어려움을 넘기지 않겠다”고 말했다. 21일 저녁 KBS에서 생중계한 ‘국민과의 대화, 일상으로’에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국민과의 대화-일상으로’에 참석해 국민패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년 전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은 자신 있다”고 했던 문 대통령이 이날은 “여러 차례 송구스럽다는 사과 말씀을 드렸다”며 몸을 낮췄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집값이 안정세로 접어들었고 공급도 충분하다며 최근 시장 상황과 다소 괴리된 발언을 했다.
 
문 대통령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 입주 물량이 많았고, 인ㆍ허가 물량도 많았다. 앞으로는 공급 문제가 충분히 해소되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특히 3기 신도시 공급 등을 담은 ‘2ㆍ4 대책’을 “조금 더 일찍 마련되고 시행됐더라면 조금 도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런 대통령의 말과 달리 부동산 공급 부족은 이제 시작이라는 지적이 많다. 서울 부동산을 기준으로 보면 문 대통령의 말처럼 초기 3년간의 입주 물량은 어느 정부와 비교해서도 많았다. 문제는 최근이다. ‘부동산 114′는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지난해 4만9415가구에서 올해 3만1211가구로 줄어들었다고 집계했다. 내년에는 2만463가구로 사실상 반 토막이 난다.


최근 집값이 안정됐다는 대통령의 진단도 지나치게 성급하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문 대통령 말처럼 최근 집값 상승률은 주춤하다. 한국부동산원은 주간 기준 아파트 값은 10월 첫째 주 이후 6주 연속 상승세가 둔화했다. KB국민은행이 집계한 KB매수우위지수는 68.6으로 지난해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매수우위지수가 100 이하면 집을 팔려고 하는 사람이 사려고 하는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이것만으로 집값이 안정화했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전통적으로 10월에서 연말까지는 부동산 비수기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대출 규제 등 유동성 조이기에 나서면서 집값 상승이 일시적으로 멈췄다. 내년 정부가 대출 규제를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집값 방향이 언제든 바뀔 위험성이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 동안 5억짜리 아파트가 10억이 되고 10억짜리 아파트가 20억이 됐다”면서 “최근 집값은 상승률이 줄어든 것이지 떨어진 게 아니다. 집값이 다시 하향화 되긴 힘들다”고 밝혔다.
 
이날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못지않게 고용난에 대한 질문도 많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더 나빠진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해 문 대통령은 “고용이 지난달까지 거의 99.9% 회복됐다는 말씀을 드린다. 청년 고용률도 높다”고 답했다. 일자리의 질을 두고만 “청년들이 원하는 질 좋은 일자리는 아직 부족하다”고 했다.
 
통계청 ‘10월 고용 동향’을 보면 지난해 같은 달보다 취업자 수가 65만2000명 증가하긴 했다. 하지만 세부 내용을 보면 보건ㆍ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 취업자의 절반 가까운 30만명(46%)이 증가했다. 2013년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보건ㆍ사회복지서비스업 일자리가 30만 명 이상 늘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 재정 투입이 일자리 증가에 미친 영향이 그만큼 컸다.  
 
‘질 좋은 일자리’가 줄어든 공백은 ‘질 낮은 일자리’가 채웠다. 문 대통령이 공언한 “99.9% 고용 회복”의 현실이다. 최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일주일 일한 시간이 15시간이 안 되는 초단시간 취업자 수는 지난달 157만1000명으로 전년 대비 23.3% 늘었다. 2000년 이후 10월 기준 최대 인원이다. 일주일 36시간 미만으로 일한 단기 취업자 수도 지난달 1084만 명으로 1년 사이 92.7%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