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이·위성 아닌 기지국 값 잡혀”
경찰은 당시 피해자가 있었던 서울 저동 오피스텔로부터 500m 떨어진 서울 명동으로 출동했다. 명동에 피해자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2차 신고 접수 후 기지국 위칫값의 오차 범위를 고려해 피해자 거주지 수색에 나서기로 했다. 1차 신고가 있은 지 12분이 지나서야 경찰은 피해자를 찾았지만 이미 피의자(30대 남성)로부터 수차례 흉기에 찔린 뒤였다.
경찰청은 현행 112위치추적시스템의 한계를 개선하고자 지난달 말부터 신변보호 위치확인시스템을 개발해 시범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기지국과 Wi-Fi, GPS를 동시에 활용하는 ‘복합 측위’ 방식”이라며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위치추적 시간은 3초 이내로, 오차 범위는 50m 이내까지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술 의존보단 사람 중심 대책도 필요”
이에 휴대전화 SOS 서비스처럼 피해자가 능동적으로 본인의 위치를 알릴 수 있는 시스템 마련도 고민해야 한다는 게 현장 경찰관 의견이다. 112상황실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경찰이 신고자의 위치를 조회하는 현재의 시스템에는 기술적 한계가 있다”며 “기지국뿐 아니라 Wi-Fi와 GPS 위칫값 등을 확인해도 건물의 정확한 층수나 호실까지 알긴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112신고를 할 경우 ‘살려달라’ ‘도와달라’라고 말하는 대신 정확한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계적·기술적 결함을 따지기보단 ‘사람’에 초점을 맞춘 해결책을 내놓는 게 본질이라는 전문가 진단도 있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람을 해치겠다고 마음먹은 범죄자를 어떻게 기계나 기술로만 막을 수 있나?”라면서 “경찰이 현장에 빨리 갔지만, 피해자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자리를 뜬 사례도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최근 스토킹처벌법을 강화하긴 했지만, 피의자를 피해자로부터 아예 분리한 뒤 교화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경찰에게도 대응 매뉴얼이나 직무 몰입 등을 지속해서 교육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