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이재명 후보되자 '3철'도 각자도생

중앙일보

입력 2021.11.20 09:00

수정 2021.11.20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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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당시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한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왼쪽)의 북콘서트에 모인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가운데)과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연합뉴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3철’도 이젠 각자도생의 길을 가지 않겠나.”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 ‘3철’의 대선 역할론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선대위의 본부장급 의원이 19일 중앙일보에 한 말이다. ‘3철’이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대표적인 친노·친문 3인방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의 실체가 드러난 건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비노(비노무현) 그룹이 세 사람을 겨냥해 ‘친노 퇴진’을 요구했던 때였다. 당시 캠프 직을 사퇴했던 이들은 2017년 19대 대선에선 민주당 선대위에서 중추적 역할을 다시 맡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을 당선시킨 이후엔 흩어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세 사람이 공개적으로 한자리에 모인 건 2018년 3월 경기 수원 아주대에서 열린 전 장관의 출판기념회가 마지막이었다. 민주당의 한 친문계 의원은 “세 사람을 ‘3철’로 묶을 만큼 동질감이 예전만 못하다. 특히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 후보가 된 뒤로는 정치적 선택도 엇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과 거리 두는 전해철

세 사람 중 가장 이 후보와 각이 서 있는 사람은 전해철 장관이다. 이 후보가 지난 18일 ‘전 국민 재난지원금’ 입장을 철회하기 전까지 전 장관은 여러 차례 ‘신중론’으로 맞섰다. 그는 지난 1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재난지원금에) 여야가 협의와 합의를 이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15일에도 그는 “재정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한 친문 인사는 “전 장관이 겉으로는 '원칙'을 내세웠지만, 이 후보의 주장에 사실상 선을 그은 측면이 강했다”고 말했다.
 

전해철 행안부 장관은 중앙안전재해대책본부 2차장을 맡으며 코로나 위기 상황도 관리하고 있다. 최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전 장관은 "코로나 종식이 우선"이라고도 말했다. 연합뉴스

전 장관은 2018년 경기지사 민주당 경선에서 이 후보와 맞붙으며 격렬한 ‘네거티브 전쟁’을 벌였다. 이에 민주당의 친문 의원은 “이 후보와 한 차례 맞붙어 본 전 장관은 이 후보의 장단점을 잘 안다”라며 “선거관리 부처의 장관인 데다가 과거 경험도 있다 보니 전 장관이 이 후보와 거리를 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장관도 지난 17일 공개된 경인일보 인터뷰에서 “저의 향후 정치 일정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인 마무리가 가장 우선”이라며 이 후보와는 거리를 뒀다.
 
하지만 최근엔 ‘전해철 차출론’도 당 주변에서 나온다. 민주당 선대위의 부본부장급 의원은 “올해 말 혹은 내년 초 전 장관이 당으로 돌아와 친문 조직을 결집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 일각에선 “경기지사나 차기 당대표 출마를 고심하는 전 장관이 내각에서 팔짱만 끼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서울권 중진)이란 전망도 나온다.
 

‘선대위 쇄신론’ 꺼낸 양정철

지난해 4월 21대 총선에서 민주연구원장을 지내며 선거를 진두지휘한 양 전 원장은 총선 승리 직후 미국으로 떠났다. 하지만 올해 4월 귀국 후 7개월째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이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엔 보폭도 넓어졌다. 양 전 원장은 지난 17일 21대 초선·비례의원 간담회에 참석해 “절박함이 안 보인다. 후보만 죽어라 뛰고 있다”며 선대위에 화살을 날렸다.
 

2019년 10월 양정철 당시 민주연구원장(왼쪽부터)이 경기지사이던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경기 수원에서 저녁식사를 함께하는 모습. 민주연구원

양 전 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굳이 내가 꼭 나서야 하냐는 생각을 여전히 갖고 있다”며 ‘양정철 역할론’에 소극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그의 넓어진 행동반경에 당내에선 “이 후보에게 ‘나에게 일을 맡겨달라’는 은근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수도권 중진)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대선에서 양 전 원장은 후보 직속 실무단인 ‘광흥창팀’ 핵심멤버로 활동했다. 그래서 “그가 이 후보 직속의 ‘별동대’를 맡고 싶어한다”(선대위 실무진)는 말도 들린다.
 
이와 관련 민주당 선대위의 한 핵심 인사는 “양 전 원장에 어떤 역할을 맡길지는 전적으로 이 후보가 판단할 문제”라며 “다만 직책과 관련 없이 양 전 원장이 그간 해왔던 ‘조언자’ 역할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물밑에서 李 돕는 이호철

이호철 전 수석은 그동안 3철 가운데 공개적으로 얼굴을 드러내는 일이 가장 드물었다. 이 전 수석은 19대 대선에서 문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제가 존경하는 ‘노변’(노무현 전 대통령), ‘문변’(문 대통령) 두 분이 대통령이 됐다. 살아오면서 이만한 명예가 어디 있겠나”라는 글을 쓴 뒤 공직과는 거리를 뒀다.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019년 10월 부산 수영구 남천성당에 마련된 문재인 대통령 모친 강한옥 여사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뒤 나서고 있는 모습. 뉴스1

이랬던 이 전 수석도 지난 7월 민주당 대선 경선 레이스가 시작된 뒤로는 이 후보에 대한 물밑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부산 출신의 한 친문 인사는 “경선에서 부산 친문들이 고민하고 있을 때 ‘이재명을 돕는 게 좋겠다’고 정리한 것도 이 전 수석”이라고 전했다.
 
이 전 수석은 민주당 선대위 합류가 전망됐지만 끝내 직을 맡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부본부장급 의원은 “공식 직책을 가지면 몸만 무거워진다고 이 전 수석이 판단했을 수 있다”며 “물밑에서 인재 영입이나, 부산 친문을 결집하는 일을 마다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