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 밀알" 된다더니 "尹 당선땐 불행"…洪 진짜 속마음은

중앙일보

입력 2021.11.19 15:10

수정 2021.11.19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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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선거캠프에서 열린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임현동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7일 밤 홍준표 의원의 자택을 찾아가 한 시간 가량 차담을 나눴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홍 의원에게 "정권 교체를 위해 윤석열 대선 후보와 원팀이 돼 달라"고 요청했다는 게 이 대표 측의 전언이다. 허은아 국민의힘 대변인은 18일 밤 라디오에서 “(홍 의원이) 이 대표에게 ‘정권교체의 밀알이 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처럼 당 인사들이 전하는 홍 의원의 입장과 최근 그가 직접 쏟아내는 발언에는 온도 차이가 꽤 있다. 홍 의원은 19일 페이스북에 자신을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패배한 박근혜 후보에 비유하면서 “제가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고 백의종군하는 것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참여를 강요하는 것은 부당한 횡포”라고 썼다.
 
18일 밤에는 2030 소통 플랫폼인 ‘청년의꿈’에 “(당이) 조강지처를 버리고 새살림을 차렸는데, 조강지처가 그 집에 들어가야 하나 아니면 본댁을 지키고 있어야 하나”라는 글을 올렸다. 자신을 조강지처, 윤 후보 측을 ‘새살림’에 비유해 윤 후보를 돕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선보인 청년 소통 플랫폼 '청년의꿈'의 모습. [홈페이지 캡처]

 
홍 의원은 현 상황에서 예민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윤 후보에 대한 비판도 거침없이 하고 있다. 청년의꿈 게시판에 ‘윤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상황을 어떻게 보나’라는 질문이 올라오자 홍 의원은 “대한민국만 불행해진다”고 답했다. 16일에는 “모든 국민이 후보 선택에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는 막장 드라마 대선”이라며 “어쩌다 이런 ‘양아치 대선’이 됐는지 민망하기 이를 데 없다”고 윤 후보와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싸잡아 비판했다.


홍 의원은 지난 5일 당 대선 경선에서 윤 후보와 치열한 대결을 벌였다. 국민 여론조사에서 10.27%포인트 앞섰지만, 당원 투표에서 크게 졌다. 홍 의원은 승복하면서도 “26년을 헌신한 당에서 헌신짝처럼 내팽개침을 당했다”고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경선 뒤 윤 후보가 홍 의원에게 수차례 직접 연락을 했지만, 홍 의원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19일에는 홍 후보를 지지했던 최재형 감사원장 등 경선에 참여했던 7명이 “윤 후보를 중심으로 정권 교체를 이루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성명을 냈지만, 홍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의 이름은 빠져 있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5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차 전당대회에서 홍준표 후보와 포옹하는 장면. 국회사진기자단

 
그럼에도 홍 의원에게 시선이 주목되는 건, 그를 윤 후보 측이 강조하는 ‘원팀’의 마지막 퍼즐로 보는 세간의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보통 탈락 후보는 일정 기간 잠행을 하는 게 일반적인데, 홍 의원이 자신의 지지 기반인 20·30세대 규합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정치 행보를 이어가는 것도 그를 주목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홍 의원 측에 따르면 홍 의원은 멘토단과 함께 오프라인에서 청년 토크쇼를 여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두고 한 당 인사는 “대놓고 말은 못 하지만 윤 후보를 지지하는 측에서는 내심 불편해하는 기류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날 한국갤럽이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4자 가상대결이 아닌 주관식 자유응답 방식)에서 홍 의원은 경선에서 탈락했음에도 7% 지지율을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윤 후보(34%), 이재명 민주당 후보(27%) 보다는 낮은 수치였지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3%), 심상정 정의당 의원(2%)보다 높았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다만 당내에선 내년 대선 이후를 노리는 홍 의원이 마지막엔 어떤 형태로든 정권 교체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홍 의원은 최근 2027년 대선 출마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최근 ‘2027년 대선에 도전해볼 생각이냐’는 게시판 질문에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가까운 지인들에게도 “요즘 건강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홍 의원을 도왔던 한 캠프 핵심인사는 “홍 후보에게 '너무 공격적인 발언은 자제하고, 당을 위한 행보를 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