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비껴간 코스피, 상장사 순익 166% 급증

중앙일보

입력 2021.11.18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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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분기까지 코스피 상장법인이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전체 매출의 10%가 넘는 삼성전자를 빼고도 모든 기업의 실적이 나아졌다. 하지만 실적 개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기저 효과란 분석에, 내년 실적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겹치며 주가 반등은 장담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스피 장장사 3분기 실적 회복.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한국거래소는 17일 코스피 시장 12월 결산법인(연결재무제표 기준)의 586곳(금융업 등 84개 제외)의 3분기 결산 실적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기업의 1~3분기 매출액은 1650조9321억원으로 1년 전보다 18.03% 증가했다. 영업이익(143조2403억원)은 1년 전보다 67조1275억원(88.19%), 순이익(128조1049억원)은 79조9164억원(165.84%) 급증했다.
 

누적 영업이익도 크게 늘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역대 최대 규모다. 한국거래소는 “매출의 경우 2019년, 영업이익은 2018년 이후 최대 수준”이라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웃도는 ‘깜짝 실적’이다.
 
무엇보다 장사를 잘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8.68%)은 1년 전보다 3.23%포인트 높아졌다. 지난해엔 1000원어치를 팔아 54원을 남겼지만, 올해는 87원을 남겼다는 의미다. 매출액에서 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인 순이익률(7.76%)도 1년 전보다 4.31%포인트 올라갔다. 세금 등을 빼고 기업 주머니에 77원이 들어간 셈이다.


실적 쏠림 현상도 완화됐다. 코스피 상장사 전체 매출액의 12.3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빼도 연결 매출액이 18.34%나 늘었다. 삼성전자 외에도 모든 기업이 전반적으로 실적 성장을 이룬 셈이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기업의 영업이익도 1년 전보다 114.53%, 순이익도 248.87% 증가했다.
 
온기는 업종 전반으로 고루 퍼졌다. 건설업(-0.09%)을 제외한 17개 업종의 매출이 모두 늘었다. 매출이 가장 증가한 업종은 의료정밀(123.97%)이었고 철강금속(30.25%), 운수창고업(29.17%)이 뒤를 이었다. 매출 증가세가 두드러진 상장사는 SK바이오팜이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1879억원)은 1년 전(99억원)보다 1795% 증가했다.
 

3분기(누적) 코스피 상장사 순익

이번 분석 대상 586개 회사 가운데 3분기 누적(1~9월) 순이익 기준 흑자를 낸 기업은 490곳(83.62%)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26곳)보다 64곳(10.92%포인트) 증가했다.
 
김성천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공시부 팀장은 “기존 화학이나 철강 등 산업구조에서 네이버와 같은 영업이익률이 높은 기업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며 산업구조가 다변화했다”며 “반도체 실적도 잘 나오며 마진율이 전반적으로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대한항공이 흑자 전환하는 등 항공과 해운, 호텔 같은 분야에서 실적 개선이 크게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코로나19의 충격이 컸던 지난해 기저 효과의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해 악화했던 실적이 일시에 회복하며 모든 업종이 좋아 보이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코스닥 상장사도 장사를 잘했다. 1257개의 3분기 기준 매출액(38조9459억원)과 영업이익(3조2531억원)은 1년 전보다 각각 9.39%, 13.04%씩 늘었다. 순이익(3조3674억원)은 1년 전보다 73.4% 급등했다.
 
문제는 상장사 실적과 주가의 디커플링(탈 동조화) 현상이다. 코스피는 지난 6월 25일 최고가(3302.84)를 기록한 뒤 이달 들어 3000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17일에도 코스피는 전날보다 1.16% 하락한 2962.42에 장을 마쳤다.
 
4분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의 기업 실적 악화 우려 등이 반영됐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공급망 불안과 원재료 가격 상승 등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지며 기업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특히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불안감이 증시에 영향을 주고 있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디지털리서치 팀장은 “미국이 긴축 시기를 당기면 내년의 국내 기업 실적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다 원화가치 약세까지 겹치며 국내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