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오밍주는 미국 최대 석탄 생산지로, 석탄화력발전소가 밀집해있다. 탈(脫)석탄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화력발전소들이 줄줄이 폐쇄될 처지에 놓였다. 게이츠는 2025년 폐쇄 예정인 석탄화력발전소 부지에 자신의 신형 원자로를 설치해 탄소중립과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벼르고 있다. AP는 원자로 건설 기간 이 지역에 2000명이 고용되고, 발전기가 운영을 시작하면 250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전했다.
자산 1360억 달러(약 160조원)로 전 세계 부호 4위에 올라 있는 게이츠는 오랜 기간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문제 해결에 몰두해 왔다. 전기자동차 도입 등 전력 사용량이 갈수록 급증하는 상황에서 에너지가 간헐적으로 생산되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는 결코 탄소중립을 이룰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미친 아이디어 1000개는 필요하다”며 대안 찾기에 골몰했다.
그 결과 찾은 답이 원전이다. 게이츠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빌게이츠’(2019)에 출연해 “인기를 얻고 싶다면 원전에 관심을 가지면 안 된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따져본다면 절대로 원전을 무시해선 안 된다”며 원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기존의 경수로나 중수로 방식이 아닌 차세대 소형 원자로를 개발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기존 방식은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처럼 치명적인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심각한 핵폐기물 문제를 남기기 때문에 제대로 된 에너지 대안이 아니라고 봤다.
게이츠가 원전 분야 천재인 네이선 미어볼드(62)와 머리를 맞대고 찾아낸 방식이 나트륨(소듐) 냉각 방식의 고속 증식로를 적용한 소형 원자로(SFR)다. 냉각제로 물 대신 나트륨을 쓰는데, 고속 중성자를 이용해 핵분열을 일으킨 뒤 발생한 열을 액체 나트륨으로 냉각한다. 이때 만들어진 증기로 전기를 생산하는데 기존 원자로보다 에너지 발전 효율이 훨씬 높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크리스 르베크테라파워 사장 겸 CEO는 “SFR은 긴급 상황이 벌어졌을 때 발전소 복원을 위해 외부 전원이나 펌프, 추가 장비에 의존하지 않는다”며 “나트륨을 활용한 냉각방식이 긴급 상황에서 발전소를 신속하게 폐쇄할 수 있게 해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폐기물 역시 기존 경수로 및 중수로 대비 4분의 1~10분의 1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