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눈박이' 프리다 칼로 자화상, 라틴계 최고가 413억원 낙찰

중앙일보

입력 2021.11.17 16:31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소더비 경매에서 멕시코 여류화가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 '디에고와 나(Diego and I)' 경매장에 전시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멕시코 여류 화가 프리다 칼로(1907~1954)의 자화상이 라틴 아메리카 예술작품 사상 최고가에 낙찰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소더비 경매에서 칼로가 47세로 사망하기 5년 전에 그린 자화상 '디에고와 나'(Diego and I, 유화)는 예상가를 훌쩍 뛰어넘는 3490만달러(약 413억원)에 낙찰됐다.
 
'디에고와 나'는 칼로의 자화상이지만, 이 작품에는 칼로의 전 남편이자 멕시코 화가인 리베라 디에고도 등장한다. 두 뺨 위로 눈물을 흘리는 칼로의 이마 한가운데 '세 눈박이'의 모습을 한 채로 새겨졌다. 이 작품은 여성 편력이 심했던 디에고 탓에 복잡했던 칼로의 심경이 녹아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소더비 회장인 브룩 램프리는 '디에고와 나'에 대해 "박물관에 전시될 수준의 작품"이라면서 "프리다는 이제 현대 미술의 위대한 걸작을 수집하는 사람들의 위시리스트에 있다"고 말했다.
 
소더비 관계자에 따르면 작품의 구매자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박물관의 설립자 에두아르도 코스탄티니다. 박물관 전시용이 아닌 개인 소장용으로 작품을 샀다고 한다. 판매자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라틴 아메리카 예술작품 종전 최고 경매가는 976만달러(약 116억원)로, 공교롭게도 이 자화상에 나타난 리베라의 작품이다. 로스앤젤레스 루카스 서사 예술 박물관의 수석 큐레이터인 호르헤 다니엘 베네치아노는 "칼로가 그를 능가하면서, 이제 우리는 디에고 리베라가 프리다 칼로의 남편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소더비에서 멕시코 여류화가의 작화상 '디에고와 나'(Diego and I)의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칼로와 리베라는 1929년 21살이라는 나이차를 극복하고 결혼한 뒤 1939년에 이혼, 그로부터 1년 뒤에 재결합했다. 리베라는 칼로와 결혼하기 전 이미 두 번의 결혼 전력이 있었고, 결혼 생활 중에도 끊임없이 외도를 저질렀다고 한다. 칼로 역시 혼외 관계를 가졌다고 한다.
 
1907년 멕시코시티에서 태어난 칼로는 1926년 버스 사고로 척추에 큰 손상을 입은 뒤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칼로는 척추와 다리의 계속된 수술 실패와 폐렴으로 47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앞서 '디에고와 나'는 1990년에도 소더비 경매에서 판매됐다. 당시에도 라틴 아메리카 예술 작품 중에서 100만 달러(약 12억원)를 넘겨 낙찰된 최초의 작품이라는 기록을 세운 바 있다.
 
그레고리오 루크 캘리포니아 라틴 아메리카 미술관 전 관장은 "칼로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예술가 중 한 명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시장에 칼로의 그림이 20~30점 밖에 없는 것으로 여겨지면서 칼로 작품가는 더 오르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