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 실려온 환자의 코로나19 감염여부를 확인하는 데 쓰이는 핵산증폭 검사 일명 신속 PCR 테스터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미국산 특정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컸는데 유럽 발(發) 재확산 여파 등으로 수급차질이 발생하면서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으로 검사 수요가 늘었지만,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16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대부분의 응급실에서 미국 세페이드사(社)의 ‘엑스퍼트 익스프레스’ 제품으로 신속 PCR 검사를 진행한다. 해당 제품은 지난해 7월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19 응급용 진단시약’으로 긴급 사용승인을 받았다. 의료계에 따르면 최소 80곳 이상의 응급실에서 신속 PCR검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특정제품 의존도 큰 신속 PCR검사
하지만 엑스퍼트는 신속 PCR 테스터 중에서도 정확도가 높은 편이다. RT-PCR 대비 97%가량으로 평가된다. 국내에서 응급용 진단시약으로 허가된 8개 제품 중 최상위 수준이다. 이혁민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국내 개발제품은 (엑스퍼트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진다”며 “신속 PCR이 검사시간을 줄이려 단계를 축소하다 보니 정확도가 낮아지는 건데 엑스퍼트는 이를 보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국내 신속 PCR 검사 제품은 96개의 검체를 모아 한번에 검사해야 하는 단점도 있다. 엑스퍼트는 소량의 검체를 검사할 수 있는 별도 장비를 쓴다. 의료기관에서 엑스퍼트를 선호하는 이유다.
수급 불안정에 30% 공급 줄여
전문가들은 긴급사용 승인제도를 활용해 공급부족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영진 경희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임상미생물학회 홍보이사)는 “긴급사용 승인제도를 더 폭 넓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예를 들어 로슈사 제품의 경우 저렴한 가격과 짧은 검사시간으로 대안이 될 수 있으나 긴급사용 승인 기간이 끝나 현재 쓸 수가 없다. 정규 승인 전까지 쓸 수 있게 기간연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국외의 승인 상황을 참고해 미리 가용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