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靑 하명수사에 지지율 뒤집혀"…황운하 "정당한 수사"

중앙일보

입력 2021.11.15 20:40

수정 2021.11.15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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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전 울산시장)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선거 국면에서 울산지방경찰청의 측근 수사가 시작되면서 지지율이 뒤집혔다"고 주장했다.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으로 수사 책임자였던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에 "수사단서가 명백히 존재하는 정당한 수사였다"고 반박했다. 핵심은 당시 김 대표 측근 비리 수사가 청와대 하명 수사였는지 여부다.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하명 수사 의혹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1.11.15/뉴스1

 

측근비리 고발 업자 ‘강요미수’ 실형…황운하 "토착비리 수사"

김 대표는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3부(장용범·마성영·김상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송철호 울산시장과 황 의원,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등 15명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이 겪은 2018년 6월 울산시장 선거 당시 상황을 상세히 증언했다. 이날 증인신문은 이들이 지난해 1월 기소된 지 약 22개월 만에 진행됐다.
 
검찰은 김 대표에게 ‘2018년 4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큰 폭으로 내려 송 시장이 역전했는데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김 대표는 “울산경찰청이 2018년 3월 울산시청 여러 부서에 압수수색을 실시했다”며 “당일 압수수색이 실시간으로 방송이 됐고, 그 이후로도 울산경찰발로 소환 조사 소식이 매일 같이 나오면서 시민들의 인식이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15년 가까이 선거 활동을 하면서 선거 3개월 전에 후보자 측근에 대해 수사 착수한 것 본 적 있냐’는 질문에는 “없었다”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검찰총장 시절에 선거를 앞두고 이 사건 수사를 잠시 중단시켰다가 그 이후에 다시 하라고 지시한 적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의 당시 비서실장 박모씨도 이날 증인으로 나와 당시 경찰 수사에 대해 "압수수색만 했을 뿐인데 저의 죄목이 벌써 언론에 보도돼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게 무슨 작전이 아닌가 생각했다"며 "조사도 특별히 없이 바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고,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목적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울산경찰청은 2017년 12월부터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하달받은 첩보 보고서 등을 토대로 당시 울산시장이었던 김 대표 동생의 아파트 시행사업 이권 개입 의혹, 박씨의 레미콘 업체 밀어주기 의혹을 수사했다. 경찰은 선거를 앞두고 김 대표 동생과 박씨를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지만 두 사람은 이후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거꾸로 김 대표 동생의 비리 의혹을 제기해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촉발한 지역 건설업자와 이를 수사한 울산경찰청 경찰관이 김 원내대표에 대한 강요미수 등 혐의로 지난 9월말 각각 징역 5년과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사건으로 기소된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앞에서 변호인단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황 의원은 이날 재판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울산경찰청이 김 대표의 측근 비리를 알고도 수사를 하지 않았다면, 이들의 지역 토착비리 범죄는 영원히 묻힐 뻔했다”며 “울산경찰청이 지역 토착비리를 수사해 처벌한 것이 불법 수사란 말이냐”고 반발했다.
 
황 의원 측은 별도 자료를 내고 “김 원내대표의 처 이종사촌 오빠와 동생은 불법 쪼개기 정치자금법위반죄, 6촌 형은 범인도피죄로 각각 처벌을 받았다”며 “이를 수사하지 않는다면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김기현 "靑, 송철호에 적극 협조하라는 지시 있었을 것"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울산시장 선거를 약 3개월 앞둔 시점에 송 전 부시장이 업무수첩 기재한 내용을 제시했다. 해당 수첩에는 '이진석 사회정책비서관 BH(청와대를 칭하는 약자) 회의, 공공병원 신축 사업비, 기획재정부 반대 논란에 대한 대응책 필요성’ 등의 내용이 적시돼 있었다. 이를 두고 검찰은 김 대표에게 “공개된 정보인가”라고 물었다.   

 
김 대표는 “전혀 알지 못한 정보”라며 “청와대에 방문해서 나온 정보라서 청와대에서 (송 시장 측에) 적극 협조해주라는 지시가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비서관 혹은 행정관이 선거와 관련된 것을 코치하거나 방법을 제시하는 건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라 누군가 묵인하거나 협조해주라는 요청을 받았을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이날 재판에 출석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몸통' 수사가 일부는 기소됐으나 일부 빠진 것이 있다"며 "차츰 (배후가) 밝혀질 것이고 역사와 법의 재판정에 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산재모→좌초되면 좋음' 보고 분개"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연합뉴스

검찰은 김 대표가 선거에서 공약으로 내세운 산재모 병원과 송 시장이 내세운 혁신형 공공병원의 차이가 뭔지 묻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내용상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박근혜와 김기현이 추진하는 건 안 된다. 힘 있는 여당 후보가 시장이 대통령과 교감하면서 해야 한다고 하면서 같은 이름으로 하면 속내가 보이니 이름을 바꿔서 하자고 판단하지 않았을까 한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당시 선거를 20여일 앞둔 시점에서 김 전 시장의 산재모병원의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탈락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혁신형 공공병원은 예타 과정이 면제돼 현재 사업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2017년 10월 송 전 부시장 수첩에 제시된 ‘산재모 → 좌초되면 좋음’이라고 적힌 부분도 제시했다. 이에 김 대표는 “이를 보고 너무 깜짝 놀랐다”며 “좌초되는 게 좋다고 어떻게 할 수 있나 분개했다”고 말했다. ‘예타 탈락이 울산시장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친 것 같냐’는 검찰 측 질의에 김 전 시장은 “시민들은 당연히 야당 시장은 뽑으면 안 되겠구나, 대통령하고 친한 여당 시장 뽑자고 인식했던 것 같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