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해외 방문지는가 캐나다에 있는 삼성전자 인공지능(AI) 센터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AI를 삼성의 미래사업으로 낙점한 이 부회장이 이번 방문을 통해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과의 협력 강화나 대규모 투자, 인수합병(M&A) 구상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캐나다 토론토·몬트리올에 AI 연구 거점
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가석방 후 첫 해외 출장지로 AI 센터를 택한 것은 삼성의 미래사업에서 AI가 차지하는 중요성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부회장은 2018년 초 국정농단 사건 재판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난 직후에도 유럽과 캐나다를 찾아 ‘AI 구상’을 점검했다.
토론토 센터는 전 세계 7곳에 있는 삼성 AI 센터 중 하나다.〈그래픽 참조〉 이곳에선 AI를 활용한 ‘시각 이해((Visual Understanding)’ 기술을 중점 연구한다. 시각 이해는 AI가 사람처럼 이미지 속 물체의 형태와 상황, 위치 등을 인식하고 맥락을 이해하는 기술이다. AI가 시각과 언어를 동시에 이해하는 ‘멀티 모덜(Multi-modal)’도 핵심 연구 분야다.
전 세계 7곳에서 AI 연구센터 운영
토론토에서 500㎞쯤 떨어진 곳에 위치한 몬트리올 AI 센터는 AI와 5세대(5G) 등 차세대 네트워크의 융합을 주로 연구한다. 맥길대의 그레고리 듀덱, 스티브 리우 교수가 센터를 이끌고 있다. 토론토 센터는 2018년 5월, 몬트리올 센터는 같은 해 10월 문을 열었다.
삼성전자는 이 밖에도 한국(2017년 11월 개소)과 미국 실리콘밸리(2018년 1월)·뉴욕(2018년 9월), 영국 케임브리지(2018년 1월), 러시아 모스크바(2018년 5월)에서 AI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의 미래 성장사업으로 AI 낙점
인재 영입에도 적극적이었다. 2018년 6월엔 AI 분야 석학인 세바스찬 승(승현준) 프린스턴대 교수와 다니엘 리(이동렬)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를 영입했다. 두 교수는 현재 삼성리서치 사장과 글로벌 AI 센터장을 각각 맡고 있다. 지난해에는 벤지오 교수를 삼성 AI 교수로 위촉했다.
AI 특허 출원 성과 크지만 M&A 등엔 미온적
다만 이제까지는 AI 관련 M&A나 투자는 미온적이었다.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2016~2020년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 MS, 액센추어 5개사는 60개의 AI 기업을 인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애플은 이 기간에 25개 기업을 사들였다. 반면 삼성전자는 소규모 스타트업 투자 건 외에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었다.
이와 관련해 서병훈 삼성전자 부사장은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때 “앞으로 3년 이내에 의미 있는 규모의 M&A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AI, 5G, 전장 등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이번 출장은 모더나와 백신 협력이나 미국 파운드리 공장 부지 결정에 방점이 찍혀 있지만, 첫 방문지로 AI 거점을 택한 만큼 향후 이 부회장이 AI 관련한 구체적인 투자 계획이나 사업 구상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