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통계를 자세히 뜯어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이른바 ‘질 좋은 일자리’는 줄고 ‘질 낮은 일자리’는 늘었기 때문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세부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달과 지난해 2월의) 전체 취업자 수로만 비교해 ‘고용이 회복됐다’고 말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고용주는 일주일에 15시간 미만으로 일한 근로자에게 유급휴일이나 주휴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 추 의원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으로 고용주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면서 (주휴수당이 없는) 주당 15시간 미만 아르바이트가 폭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업과 별도로 다른 일을 하는 부업자는 지난달 58만8000명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4만 명(7.3%) 증가했다.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다. 직장을 다니면서 부업을 하는 인원(임금근로자 중 부업자)은 37만3000명으로 역대 최다였다. 자영업자 중에선 16만5000명이 다른 일자리를 부업으로 병행하고 있었다. 자영업자 중 부업자는 지난해 10월과 비교해 1만7000명(11.5%) 늘었다. 2004년 이후 가장 많았다.
강 교수는 “장사가 어려운 자영업자, 근로시간이나 임금이 줄어든 근로자가 대리운전 같은 ‘부업 전선’에 많이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음식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등에서 배달기사를 대규모로 모집하면서 부업을 찾기 쉬워진 점도 부업자 수 증가에 영향을 줬다.
보건·사회복지 서비스업 종사자는 지난달 270만5000명이었다. 지난해 10월(240만5000명)보다 30만 명(12.5%) 늘었다. 복지 분야는 세금을 투입해서 만든 일자리가 많다.
제조업 취업자는 지난달 432만4000명으로 지난해 10월(433만6000명)보다 1만2000명(0.3%) 줄었다. 2013년 통계청이 산업 분류를 개편한 이후 10월 기준으로는 가장 적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자동차 부문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한 게 제조업 취업자 감소에 영향을 줬다. 연령대별로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 수를 지난해 10월과 비교했다. 30대(-7만7000명)와 40대(-2만5000명), 50대(-2만2000명)에선 나란히 감소세를 보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기술이 대면 근로를 대체하는 변화가 나타났다. 경기 회복기에도 이 추세가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정보기술(IT) 기기나 무인장비 등이 사람을 대체하는 형태의 산업구조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달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년 전보다 2만6000명 줄었다. 35개월째 감소세다. 반대로 ‘나 홀로 사장님’에 해당하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4만5000명 늘었다. 33개월째 증가세다. 청와대는 2018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도 고용의 질이 좋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늘어난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후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의 감소세는 3년 가까이 지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