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종전선언 한미 조율 끝" 다음날…美 "협의중" 말아꼈다

중앙일보

입력 2021.11.12 21:15

수정 2021.11.12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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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ㆍ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12일 종전선언과 관련해 "한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진전이 이뤄질 수 있을지를 전망하는 것은 어렵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전날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종전선언에 대해 한ㆍ미가 "의견 일치를 보고 있으며, 협의가 거의 끝났다"고 주장한 것과 다소 결이 다른 발언이란 분석이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12일 서울 중구 정동 주한미국대사관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美 "韓과 종전선언 협의 중...전망은 어려워" 

방한 중인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이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한국과 종전선언 관련 협의 여부를 묻는 질문에 "미국은 북한에 적대적 의도가 없다"면서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이행 의지를 가장 먼저 강조했다. 이어 "(종전선언 관련) 한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파트너이자 동맹국으로서 우리는 한국이 제시하는 어떤 이슈에 대해서도 언제나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또 '종전선언의 시기에 대해 한ㆍ미가 의견을 같이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한반도의 비핵화를 달성하길 원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종전선언과 관련해 "내가 종전선언 진전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하긴 어렵다”며 "그러나 동맹인 한국과의 협의는 긴밀하고 집중적이며 생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한ㆍ미가 종전선언 관련 순서ㆍ시기ㆍ조건에 있어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지난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는 한ㆍ미 간에 이견이 있다는 뜻 아니냐는 지적에 정의용 장관은 “(설리번 보좌관은)그때 발언 당시에 한ㆍ미가 협의하고 있던 상황을 설명했던 것이고, 그 이후에 한ㆍ미 간에 상당히 조율이 끝났다”고 말했다.

전날 정의용 "한ㆍ미 의견 일치..조율 거의 끝나"

하지만 크리튼브링크 차관보가 여전히 “협의중”이란 입장을 밝힌 건 여전히 합의나 의견 일치에 이르지는 못했다는 완곡한 표현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정 장관은 국회 답변에서 "한ㆍ미가 종전선언 관련 필요성, 형식, 내용에 대해 의견이 거의 일치한다"고 했지만, 이날 크리튼브링크 차관보의 답변을 포함해 미국은 한국이 제안한 종전선언을 지지하는지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한편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북ㆍ미 대화 재개와 관련해선 "공은 북한의 코트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그는 "미국이 전제조건 없이 (북한에) 관여하려는 의사를 밝혔고 현재까지 북한은 이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현 상황을 평가했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12일 서울 중구 정동 주한미국대사관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中 겨냥한 듯.."핵심 공급망, 한 국가 과도 의존 피해야"

이런 가운데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중국을 겨냥해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중요성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그는 "우리 모두가 핵심 공급망을 한 국가 또는 시장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상황을 피하는 것이 공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난달 15일 중국이 요소 수출 전 검사를 의무화하면서 한국에서 요소수 품귀 사태가 벌어진 걸 염두에 둔 거란 분석도 나온다.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방한 기간 이례적으로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보를 만나 공급망 문제 등 경제 외교 관련 현안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