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은 그가 2박 3일간의 부산ㆍ울산ㆍ경남 지방순회에 돌입하는 날이었다. 후보로 선출된 후 첫 전국탐방에 나선 그는 향후 8주간 매주 3~4일 일정으로 전국 곳곳에서 현장 밀착형 행보를 할 예정이다. 이날 오전 국회 본관 앞에서 ‘매주 타는 민생 버스(매타버스) 출발 국민보고회’를 연 이 후보는 “지방 지역으로 경청 투어를 떠나는 것은 결국 같은 대한민국에 살면서도 지방이란 이유로 차별받고 기회를 더 많이 잃고 있는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자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민주당에 대한 질책을 달게 받겠다"는 자성론으로 지방행을 시작했다.
2030 공략 투어…박스권 탈출 위해 PK 첫 방문
후보 측 관계자는 “민주당에 실망한 2030 세대에게 이재명의 민주당은 달라질 것이란 메시지를 계속 낼 것”이라고 말했다. 파란 민주당 점퍼를 입은 다른 의원들과 달리 이 후보가 회색 목티에 감색 코트를 입고 나타난 데 대해서도 "기존 민주당과의 차별점을 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첫 순회지로 부울경(PK)을 택한 것을 두고는 "20%대 지지율 박스권에서 탈출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란 해석이 나왔다. 그는 지난 5일 국민의힘 대선 주자가 선출된 날에도 대구를 방문하는 등 이른바 '동진(東進) 정책'에 힘을 쏟고 있다. 영남(경북 안동) 출신이란 점을 고리로 영남 지지율 흡수라는 블루 오션을 개척하겠다는 포석인 셈이다.
수백명 지지자 운집…청년 만나 "페미니즘이 성 평등 균형 역할"
이 자리에서 공약인 기본소득을 설명할 땐 젊은 층에 익숙한 인터넷 게임을 예시로 들었다. “넷마블 게임을 하다 돈을 다 잃으면, 판돈을 다시 준다. 왜 주나”라며 “(돈이 없으면) 나가버리니깐 그렇다. 그러면 시장이 죽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생각 때문에 마크 저커버그,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 등이 기본소득을 하자고 한다”며 “돈 쓸 사람이 없으면 전체가 무너진다”고 말했다. 기본소득을 국민에 나눠줘야 시장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게 이 후보의 생각이다.
질의응답 과정에서 한 고등학생은 최근 이 후보가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겠다”고 말한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최근 “페미니즘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페이스북에 공유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대 남성에 구애하는 취지였지만, “20대 여성은 버리는 거냐”란 비판도 뒤따랐다.
이에 이 후보는 “남녀의 전 생애를 놓고 보면 여성이 너무 피해받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라며 “임금도 (남성의) 60%고 승진도 잘 안 되고, 아이들 키우느라 경력 단절되면 복귀도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걸 보전해 평등하게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하는 게 페미니즘”이라고 덧붙였다. 여가부를 성평등가족부로 바꾸자고 제안한 것도 “여성도 남성도 평등하게 (지내보자)”는 차원에서 했다고 덧붙였다.
한 대학생이 “도덕적인 문제가 있더라도 정치만 잘하면 장땡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자 이 후보는 “머슴이 일 잘하면 되지 우아한 머슴 뽑나. 저는 일 잘하는 대리인 역할을 잘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공감을 나타냈다. 이 후보가 지방 균형 발전과 관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신속하게 하겠다. 속도전은 내가 전문 아닌가”라고 말하자 일부 참석자들은 손뼉을 치기도 했다.
울산 일정을 마친 뒤 이 후보는 부산으로 이동해 부산 BIFF 광장에서 시민들과 대화를 나눴다. 이후 부산을 연고로 한 프로야구 구단 롯데자이언츠의 투수로 활약했던 고(故) 최동원 선수 10주기를 기념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1984 최동원’을 관람하며 지역 정서도 공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