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호주까지 요소수 뒤지는 정부, 日엔 말 못꺼낸 까닭

중앙일보

입력 2021.11.12 16:00

수정 2021.11.13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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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수 대란의 직격타를 맞은 한국 소비자들이 옆 나라 일본으로 눈을 돌려 개별 직구(직접구매)에 나서는 가운데, 정부 차원에서 일본산 요소 추가 수입을 타진한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정부가 베트남, 호주 등 전 세계 각 나라를 뒤져 요소수를 찾고 기업의 계약 체결 및 조속한 수입을 돕겠다고 나섰지만 유독 '일본산 요소'와 관련해선 조용한 이유를 알아봤다.

공군 관계자들이 지난 11일 오후 김해공항에서 호주에서 긴급 공수한 요소수 2만7천 리터를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 KC-330에서 하역하는 모습. 공군. 연합뉴스.

바로 옆 日, 요소 상황은?

한국과 일본은 산업 구조가 비슷하지만 중국발(發)요소수 품귀 사태가 양국에 미치는 충격파는 확연히 다르다. 한국이 현재 요소 수입의 97%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면 일본의 대중국 의존도는 30% 수준이다. 지난달 15일부터 시행된 중국의 요소 수출 전 검사 의무화 조치로 인해 영향은 받겠지만, 한국처럼 치명타를 입을 상황은 아닌 셈이다.  
 
또 일본은 요소수의 주원료인 암모니아의 80%를 자체 생산 생산한다. 기업 중에선 주로 미쓰이 화학과 닛산 화학 두 기업에서 요소를 생산해왔다. 한국에서 지난 2011년부터 요소의 국내 자체 생산 자체를 멈춘 것과 비교된다. 애초에 요소 관련 대중 의존도 자체가 한국에 비해 낮은 데다, 일본 내 디젤차 비중도 작아서 차량용 요소수에 대한 품귀 현상이 벌어질 여지도 적다.

韓 왜 못 도와주나

이에 정부는 주일본 한국 대사관을 중심으로 일본 내 요소 재고 물량 및 한국으로의 추가 수입 가능 여부를 파악하고 일본 측으로부터 요소를 구하려는 민간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외무성, 경제산업성 등 일본 정부 차원에서도 한국의 요소수 품귀 사태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 내 수급 상황도 마냥 여유롭지는 않다는 게 일본 정부와 민간 측 반응이라고 한다.
 
어쨌든 일본도 전체 요소 수입분의 3분의 1 정도가 중국의 갑작스러운 수출 전 검사 의무화 조치의 대상이 된 만큼 원활한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이유다. 또한 일본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내년 농사를 위해 연말에 요소 비료에 대한 수요가 높은 상황인데 한국을 비롯한 국외 대량 수출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주일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일본도 중국에서 미처 못 들여오는 요소 물량이 상당해 해외로 반출할만한 재고는 없다는 입장"이라며 "현지 공관, 코트라 무역관을 중심으로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지만 한국에 대량으로 줄만한 물량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일본도 중국의 사실상 수출 규제 조치의 피해 국가이기 때문에 당장 한국처럼 발등에 불이 떨어진 수준은 아니지만 유의미한 규모의 지원은 어렵다는 뜻이다.

韓 소비자, 개별 직구는 계속..정부 "기업 지원 최선"

일본 당국은 개인이 소량의 요소수를 구매하는 경우 관세나 별도의 검사 없이 해외 반출을 허용하고 있다. 이에 한국 소비자들의 직구도 일찌감치 시작됐다. 지난 8일쯤부터 항공편으로 국내에 들어오는 물량이 포착되고 있다. 12일 일본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중 하나인 큐텐(Qoo10)사이트에 따르면 디젤 차량용 요소수가 20L에 13만 원 정도에 팔리고 있다.
 
이처럼 현재 일본산 요소 수입은 대체로 개별 소비자나 중소기업이 소량을 사들이는 '이삭줍기'식 구매에 그치는 정도다. 이런 가운데 국내 최대의 요소수 제조ㆍ생산업체인 롯데정밀화학은 11일 차량용 요소수 5만8000t을 만들 수 있는 요소 1만9000t을 확보했다며, 이 중 1000t이 일본산이라고 발표했다. 정부가 확보하지 못한 수입선을 종합 상사와 기업이 나서서 속속 뚫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 당국자는 "요소 수입선을 다변화하기 위한 노력에서 일본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관련 기업을 측방 지원하기 위해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12일 일본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큐텐(Qoo10)사이트에 따르면 디젤 차량용 요소수가 20L에 13만 원 정도의 가격으로 책정돼 팔리고 있다. 큐텐 사이트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