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인물들이 입은 초록색 트레이닝복.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시간) "번호가 매겨진 초록색 운동복은 한국 사회와 문화에 대한 구체적이고 상징적인 창을 제공한다"며 이렇게 분석했다. NYT는 '운동복 안에 한 국가가 담겨있다'(When a Track Suit Embodies a Nation)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초록색 트레이닝복에 담긴 의미를 전했다.
신주영 인디애나대 패션디자인학 교수는 NYT에 "초록색 운동복은 한국 현대사에서 사회적 지위의 상징이 됐다"며 "이 옷을 보고 '백수'란 개념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드라마에선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는 인물은 실패자로 낙인찍히거나 부모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못 했거나, 사회 주류로부터 소외당한 사람들로 바로 이해된다”면서 “트레이닝복은 게으름뱅이와 기생하는 삶을 시각적으로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편경희 뉴욕 패션기술대 미술학 교수는 "2013년 개봉한 한국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주인공은 북한의 비밀 첩보원이지만 '순수한 동네 바보'인 척하는데, 이때도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었다"며 "매스컴에서 체육 수업시간이 아닌데 체육복을 입은 사람은 흔히 사회 적응을 못 한 낙오자를 가리킨다"고 말했다.
NYT는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통해 한국의 근현대사도 엿볼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오징어 게임'의 채경선 미술감독은 참가자들이 입은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1970년대 새마을운동 복장에서 착안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