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는 11일 열리는 파벌 총회의 의결을 거쳐 10대 회장에 오른다.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현 파벌 회장이 10일 중의원 의장으로 선출된 데 따른 것이다. 새 수장의 이름을 따 파벌 이름은 '아베파'로 바뀐다.
이번 선거에서 국회의원 87명을 배출한 호소다파는 자민당 중·참의원 의원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당내 2위인 아소(麻生)파(48명)의 두 배 가까운 규모다.
호소다파는 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 전 총리가 1979년 창설한 '세이와(清和)회'로 시작해 아베 전 총리의 아버지인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 전 외무상이 회장을 역임했다. 1998년 현재의 '세이와정책위원회'로 이름을 바꿨으며 자민당 내 파벌 중 가장 강경보수 성향이다.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 등이 회장을 지냈다.
'말 안 듣는' 기시다에 대한 불만?
아베 전 총리는 지난 총재 선거에서 1차에선 극우 성향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현 자민당 정조회장을 지지했다가 결선 투표에선 기시다를 지지해 총리로 만든 장본인이다. 모든 과정이 당원들에게 인기가 높은 고노 다로(河野太郎) 전 행정개혁상의 당선을 저지하려는 '아베의 시나리오'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는 당선 후 아베의 '인사 청탁'을 번번이 무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아베는 자신의 측근인 다카이치 현 정조회장을 자민당 간사장에,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현 경제산업상을 관방장관에 앉히라고 요구했으나 기시다는 따르지 않았다.
'하야시 가문'과의 오랜 악연
야마구치는 인구 대비 선거구가 많아 차기 중의원 선거에서 총 4개의 지역구를 3개로 합치게 되는데, 아베의 지역구인 4구와 하야시의 지역구인 3구가 통합될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차기 선거에서 두 사람은 지역구를 두고 경쟁해야 한다.
일본 언론들은 또 야마구치에서 '아베 가문'과 '하야시 가문'은 '천적'으로 불린다고 전하기도 했다. 아베의 부친인 아베 신타로와 하야시의 부친 하야시 요시로(林義郞)는 과거 중선거구제 시절 야마구치 1구에 함께 출마해 표를 다툰 사이다. 이후 소선거구제로 바뀌면서 하야시의 아버지가 아베의 아버지에게 지역구를 내주고 비례 대표로 국회에 들어갔다.
닛케이는 아베가 기시다의 인사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으며 "자신의 의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닛칸(日刊)겐다이는 9일 "하야시의 외무상 기용에 아베 전 총리가 노발대발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기시다, 101대 총리로 다시 취임
이날 출범한 기시다 2차 내각은 하야시 외무상을 제외하곤 1차 내각 인사들을 그대로 등용했다.
새롭게 권좌에 오른 기시다 총리와 정치 전면에 나선 아베 전 총리의 대결 구도는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참의원 선거에서도 자민당이 승리하면 기시다 총리의 장기 집권 가능성이 커진다. 반면 선거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아베가 다시 '킹 메이커'로 나서 총리 교체를 주도하거나 직접 등판할 가능성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