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분야 측정대행업체 평가하니…5곳 중 1곳만 '우수' 등급

중앙일보

입력 2021.11.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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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질종합측정소 모습.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연합뉴스

환경 분야 시험ㆍ검사를 대행하는 업체 4곳 중 3곳 이상이 과다 수주, 인력 부족 등으로 부실 측정 위험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우수 업체엔 인센티브를 주는 한편, 나머지 업체는 역량 향상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대기ㆍ수질 측정대행업체 152곳(대기 87곳, 수질 65곳)의 용역이행능력을 평가한 결과를 10일 공개했다. 이들의 운영체계, 대행역량, 측정가용능력 준수 여부 등을 평가한 뒤 업체별 등급을 확정했다. 국내 연간 측정 대행 계약은 약 6만여건에 달한다. 해당 업체에 대한 평가는 지난해 3월 법 개정 후 처음 실시됐다. 2109년 일부 업체가 현장 실측 없이 허위 성적서를 발급하다 적발됨에 따라 능력에 맞게 업무를 수행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이번 평가에서 상위 등급(SㆍAㆍB등급)을 받은 건 33개 업체였다. 평가에 참여한 업체 5곳 중 1곳(21.7%)만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이들은 측정 능력 수준에 맞춰 대행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한 개 사업장 기준 2인 1조로 하루 5건 이내의 먼지 측정을 진행하는 식이다. 또한 필수 시설ㆍ장비 상태가 우수하고 긴급 상황 시 대체할 수 있는 여분 기기도 구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용역이행능력 평가 대상 업체 등급별 분포 표. 자료 환경부

중간 수준인 CㆍD등급은 117곳(77%)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은 관련 법령은 준수하고 있지만, 대부분 측정 능력 수준을 넘겨 과도한 대행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측정 결과 품질을 검증할 수 있는 전문 인력도 부족한 편이었다. 하위 등급인 E등급 업체는 2곳(1.3%)이었다. 이들은 보유 시설ㆍ장비 상태가 전반적으로 미흡했고, 직원 충원이 제때 안 돼 근무 여건도 악화하는 등 운영체계 전반의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환경부는 다수를 차지한 중위 등급 업체들에 대해 "과다 수주가 측정대행업체의 근무 여건, 업무 역량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이는 전반적인 측정 대행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위법을 저지르는 일부 업체가 거짓 측정을 이어가면 평균 수수료 저하, 저가ㆍ과다 수주 증가, 적법 업체 감소 등 악순환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는 상위 등급을 받은 33곳엔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해당 업체 명단은 '환경측정분석 정보관리시스템(www.ecolab.or.kr)'에 공개하고, 표창ㆍ상여금 등 정부 포상도 준다. 반면 중간 이하인 나머지 업체들엔 역량 향상을 위한 맞춤형 현장 진단과 기술 지원 등을 제공키로 했다. 이들의 명단은 공개하지 않는다.

상위 등급을 받은 환경 분야 측정대행업체 명단. 자료 환경부

이번 평가는 한계점도 있다. 전체 측정대행업체 474곳 중 평가를 신청한 게 152곳에 불과해서다. 3분의 1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현재로썬 평가 미참여 업체의 능력은 확인하기 어려운 셈이다. 이를 고려해 정부는 내년부터 법 개정을 거쳐 단계적으로 평가 의무를 매긴다는 계획이다. 특히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사업장과 측정대행계약을 체결한 업체부터 의무적으로 평가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장기복 환경부 녹색전환정책관은 "용역이행능력 평가를 통해 측정대행업체 역량을 촘촘히 관리함으로써 국내 환경 분야 시험ㆍ검사 제도의 신뢰성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 보다 많은 업체가 평가에 참여하도록 적극 홍보하고 평가 체계를 전산화하는 등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