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법정서 자주봤다" 李 "기억 없다"…첫 만남서 묘한 긴장감

중앙일보

입력 2021.11.10 11:07

수정 2021.11.1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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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시절) 20년 전에 성남 법정에서 자주 봤습니다.”(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보긴 봤을텐데, 저는 기억에 없더라고요.”(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차기 대선에서 맞붙을 두 주자의 첫 조우에선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10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제신문 주최 ‘글로벌 인재포럼 2021’에서 각자 후보로 확정된 뒤 처음으로 만났다. 
 
먼저 인사를 건넨 건 윤 후보였다. 그는 행사 시작 전 이 후보에게 다가가 “아이고 반갑습니다. 후보님”이라고 악수를 건넸다. 그러자 이 후보도 웃으며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정말 반갑습니다”라고 화답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오른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10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2021' 행사에 참석해 VIP간담회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후보=“우리 윤 후보님 축하드립니다. 다시.”
▶윤 후보=“고맙습니다. (주변에) 우리가 이십 몇 년 전에 성남에서 법정에서 자주 뵈던 분이에요.”
▶이 후보=“제가 그 말씀을 들었는데(웃음) 보긴 봤을 텐데 저는 기억에 없더라고요. 왜냐하면 제가 형사 사건을 거의 안 했기 때문에.”
▶윤 후보=“아니 그래도 이따금씩 (법정에) 들어오셨어.”
▶이 후보=“아 그래요. 허허허”
 
1990년대 후반 수원지검 성남지청 검사이던 윤 후보가 당시 성남에서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이 후보를 우연히 만난 적이 있다는 점을 상기한 것이다. 
 
이 후보는 이후 무대에 올라 인사말을 하면서 윤 후보를 2차례 언급했다. 이 후보는 “특히 윤석열 후보님을 여기서 뵙게 돼 각별히 반가운 마음”이라며 “후보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인사말을 마칠 즈음에도 “오늘 존경하는 윤석열 후보님도 계시는데 우리 정부가 해야 될, 또 정치가 해야 될 일들에 대해 새롭게 한번 논쟁해보고 다투지 않고 우리가 합의할 수 있는, 꼭 해야 할 일들을 한번 같이 논의할 수 있는 그런 자리를 한번 만들었으면 좋겠다”라고 만남을 제의했다. 
 
윤 후보는 이 후보가 무대에서 내려오자 악수를 한 뒤 자신도 무대에 올라섰지만, 인사말에서 이 후보를 따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이재명 민주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왼쪽부터)가 10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 글로벌인재포럼2021' 행사에 참석해 손을 모으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두 사람은 귓속말도 했다고 한다. 이소영 민주당 대변인은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두 후보는 사진촬영 당시 대화를 나눌 때 잠깐 귓속말도 했다”며 “이 후보가 ‘여러 사람 거쳐서 대화가 전달되면 취지가 제대로 전달이 안되고 오해가 생길 수 있으니 직접 대화할 계기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윤 후보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이해하기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윤 후보가 지난 5일 후보로 확정된 이후 축하 인사와 함께 줄곧 만남을 제의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선대위 회의에서 윤 후보를 향해 “이 나라의 미래를 놓고, 국민들의 삶을 놓고 진지하게 논의할 ‘1대1’ 회동을 제안드립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나 “(만남 제의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겠다”고 했었다.
 
이 후보의 이런 움직임에 민주당 선대위 본부장급 의원은 “‘49 대 51’ 박빙 대결이 될 이번 대선에서 초반 기선을 잡기 위한 기 싸움이 벌어지는 것”이라며 “‘1대1 토론’이 성사되면 이 후보의 강점인 정책 이해도와 토론 능력이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참석했지만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불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