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을 보며 율동과 춤을 따라하는 게 이렇게 즐거운지 몰랐어요."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장천홀. 서울 면목초 5학년인 이근원(11) 군은 모처럼만의 연극 관람에 잔뜩 들떠있었다. 이날 서울 중랑구 면목초 5학년 131명은 단체로 창작극 '페페의 꿈'을 관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그간 현장학습이 제한됐지만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시작되며 2년만에 공연 관람을 즐긴 것이다.
배우 3명이 이끌어가는 소규모 공연이었지만 학생들은 진행에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 율동을 하거나 주인공의 이름을 외치는 등 활발하게 공연에 참여했다.'잠자는 공주를 위한 파반느''난장이 톰''미녀와 야수의 대화''파고다의 여왕, 레더노렌트''요정의 정원' 등 기존에 잘 알려진 클래식 음악과 동화가 공연 내용에 함께 녹아있었다. 공연이 끝난 다음에도 학생들은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암흑 속 리허설만” 고충 털어놓은 배우들
서울시가 관련 예산을 편성한 건 그간 코로나19로 공연업계의 피해가 컸던 탓이다. 이날 페페의꿈을 연기한 박현철(극 중 라벨), 정다운(페페), 방은지(톰 외) 배우는 입을 모아 “그간 공연이 있더라도 비대면으로 영상을 촬영해 편집하다 보니 관객과의 호흡이 없고 암흑 속에서 리허설만 하는 느낌이었다”며 “오랜만에 배우도 관객도 즐거웠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서울시, 회복 더딘 아동·청소년 공연계 지원
이에 따라 서울시는 2022년도 예산안에서 관련 예산을 24억3300만원으로 확대하고, 공연 대상 학교도 606개교로 8.8배 늘려 잡았다. 아동·청소년 공연 업계의 경우 코로나19에서 회복하는 속도가 더디다는 점도 고려됐다. 이날 공연을 기획한 ‘㈜티비이엔티’ 관계자는 “위드 코로나가 되면서 뮤지컬 등 성인을 대상으로 한 공연은 빠르게 회복하고 있지만, 어린이 공연은 아직 조심스러운 분위기”라며 “공연이 취소되는 등 여전히 코로나 위기의 연장선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19세 미만, 14.4~23.4%만 공연 경험
면목초 5학년 아이들과 함께 공연을 관람한 한정이 담임교사는 “3~6학년 국어 과정에 연극이 나오는데, 원래도 단체 공연 관람이 쉽지 않은 데다 코로나19로 더더욱 기회가 없었다”며 “아이들에게 값진 경험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