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찰관은 2019년 20명, 2020년 24명, 2021년 11월 현재까지 21명이다. 총기를 이용한 극단 선택은 올해 두번째다. 지난 2월 충북 진천군 파출소 창고에서 50대 경찰관이 안타깝게 숨졌다. 지난해 4월에도 충북 영동군에서 40대 경찰관이 총기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슈추적]
“정신 상담받았다가 소외될까 두렵다”
경찰청은 경찰관의 트라우마 등 직무 스트레스 전문 치유를 위해 ‘마음동행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 조직문화상 인식이 좋지 않아 이용을 꺼린다는 게 실무자들의 전언이다. 경찰 업무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당연히 감수해야 할 직업 특성이라고 여기는 분위기, 인사상 불이익 등의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경기도의 한 경찰서에 근무 중인 한 경찰관은 “개인적으로든 업무적으로든 상담 센터를 찾기는 힘들다. 센터에 갔다가 괜히 ‘문제 있는 사람’으로 알려지게 되면 동료와의 관계, 승진 등에서 소외될까 봐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총기 다루는 개인의 심리와 행동 관찰 프로그램 필요”
이 교수는 “일부 당사자만을 위한 사후약방문 방식이 아닌,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심리검사가 필수로 시행돼야 한다”며 “사전 심리검사를 정례화해 평소 애로사항이 있는지 살피고, 직무에 전념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총기와 관련한 규칙이 있긴 하지만,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있다. 경찰장비관리규칙(제120조)은 경찰기관의 장은 ▶평소에 불평이 심하고 염세비관하는 자 ▶주벽이 심한 자 ▶변태성벽이 있는 자 ▶가정환경이 불화한 자 ▶기타 경찰기관의 장이 부적합하다고 판단한 자에 대해 무기를 회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정신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경찰관에겐 가스총이나 테이저건 등을 지급한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총기 지급ㆍ관리는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관리는 허술한 편이다. 무기고 열쇠를 직원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장소에 두기도 한다. 팀장급이 직접 지급을 하더라도 그때마다 부하 경찰관의 정신이나 심리 상태를 살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신 건강 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는 게 경찰 안팎의 진단이다. 김도우 교수는 “정신 상담 비밀 보장이 된다고 하더라도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가기 힘들다. 근무에서 배제될까 두려운 마음이 가장 클 것”이라며 “정신 상담과 관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의 전환이 우선돼야 하며, 큰 사건을 현장에서 목격한 경찰관들은 의무적으로 상담을 받게 하는 등 일종의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