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더크라운' 여왕이 출발점…英대사 안동명예시민 된 사연

중앙일보

입력 2021.11.08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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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명예시민이 된 사이먼 스미스 주한 영국대사. 사진 안동시

사이먼 스미스 주한영국대사가 경북 안동 명예시민이 됐다. 
 
경북 안동시는 8일 "2018년 한국에 부임한 후 영국과 안동 간 교류의 폭을 더 돈독하게 만든 공로를 인정해 스미스 대사에게 지난 6일 명예시민증을 수여했다"고 밝혔다. 스미스 대사는 일본 와타나베 리코요시, 프랑스 두봉·구인덕 신부(천주교 대구교구 주교대리) 등에 이어 7번째 외국인 안동 명예시민이 됐다.  
 
서울에 상주하는 주한 영국대사가 안동 명예시민이 된 배경에는 20년 넘게 이어진 각별한 인연이 있어서다. 
 
안동과 영국과의 인연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초청으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부군 필립 공과 방한했고, 이 기간 안동을 찾았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크라운(The Crown)'에 등장하는 바로 그 부부다.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2세. AP=연합뉴스

 
여왕은 안동 하회마을을 찾아 73세 생일상을 받았다. 안동에서 준비한 생일상엔 과거 궁중에서 임금에게만 올리던 꽃나무 떡 등 47가지의 음식이 차려졌다. 여왕 신분에 맞춰 최대한 예우를 갖춘 밥상이었다.  


여왕은 충효당도 찾았다. 충효당에 오르면서 신발을 벗고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서양에선 발을 드러내는 것을 금기시하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외신 기자들이 여왕의 행동에 어리둥절해 했다. 여왕은 안동지역 명소인 봉정사에 들려 범종을 타종하기도 했다.

안동 하회마을을 찾아 생일상을 받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중앙포토, [안동=사진공동취재단]

 
여왕 방문 후 안동은 세계적인 관광지로 소개됐다. 여왕과의 20여년 전 인연은 '로열패밀리'로 이어지기도 했다. 여왕의 차남인 앤드루 왕자가 2019년 안동을 찾으면서 또 한 번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왕자는 하회마을에서 여왕 생일상을 대신 받기도 했다. 
 
왕자는 하회마을에서 '로열웨이' 명명식 행사를 주관하기도 했다. 로열웨이는 1999년 여왕이 하회마을과 농산물도매시장, 봉정사를 돌아보며 지나간 32㎞에 이르는 길이다. 안동시는 여왕과 왕자 '로열패밀리'가 찾은 길이라는 뜻에서 '로열웨이'로 명명했다. 
 

지난 2019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가 안동농협농산물공판장을 찾아 사과를 살펴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안동시는 안동 사과가 영국 왕실이 부여하는 ‘왕실조달 허가증(Royal Warrant)’을 획득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왕실조달 허가증을 받으면 세계적인 명품으로 인정받는다. 대표적인 허가증 취득 물품으론 자동차 '벤틀리', 장화 '헌터', 구두 '존 롭 ' 등이 있다.  
 
안동시 측은 "스미스 대사는 2019년 앤드루 왕자 방한 시 안동 방문을 추진해 안동이 ‘로열 웨이’라는 국제 관광지로 주목받는 데 기여한 공이 크다”며 “여기에 영국 국경의 날 행사에 안동 사과 ‘애이플’을 홍보하는 자리를 만들어 국제화와 브랜드화에 큰 역할도 했다"고 설명했다.  
 
안동 명예시민은 조례에 따라 박물관이나 하회마을·도산서원 등을 찾을 때 안동시민과 동일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회마을의 경우 입장료가 성인 기준 5000원인데, 안동시민은 1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