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모델, 미스 인도네시아, 그리고 장관 수행…. 화려하고 독특한 이력의 주인공 아니사 피트리아나(Annisa Fitrianaㆍ26)씨는 지금 한국 서울대학교의 대학원생이다.
피트리아나씨는 인도네시아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인도네시아 창조경제관광부에서 커뮤니케이션 분석 직원으로 일하다가 보좌관으로 승진하면서 전·현직 장관을 수행했다. 앞서 약 10년 간의 배우 및 모델 활동을 하고 2019년엔 미스 인도네시아에도 선발된 이력을 가졌다.
그런 그는 지난해 한국 유학길에 올랐다. 서울대 어학당을 거쳐 지난 8월 서울대 MBA에 입학했다. 피트리아나씨를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인근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사전 연락과 인터뷰는 영어로 진행했지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는 파트리아나씨의 억양은 어색하지 않았다. 1년 만에 한국 문화에 많이 적응한 듯 ‘꼰대’와 같은 은어도 안다고 했다.
“한국밖에 없는 시스템”…장관실 포기하고 한국행
한국행을 결심한 건 어찌 보면 예정된 선택이었다. 피트리아나씨는 하이브의 ‘위버스’와 카카오의 ‘웹툰’ 서비스를 보고 결심을 굳혔다고 한다. 위버스는 팬과 아티스트가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그는 “이런 혁신적인 서비스를 하는 곳은 한국밖에 없다. 너무 신기했다”고 말했다.
서울대를 택한 이유도 비슷했다. “찾아보니 서울대가 글로벌 순위도 높지만, 창조 문화 산업 쪽 대표들이 다 서울대를 졸업한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서울대에만 지원했다”고 했다. 서울대 출신인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 SM의 이수만 대표 프로듀서 등을 언급하면서다.
10년 연예계 생활…“내 꿈은 배우 아닌 경영”
피트리아나씨는 “아버지가 교육에 관심이 많으셨고 공부는 꼭 놓지 말라고 하셨다”며 “연기만 했다면 장관실 최연소 보좌관 등의 경력은 불가능했을 것이고 지금 이 자리에도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부에 대한 관심이 더 컸기 때문에 배우 활동을 취미로 하면서 중심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 보여줬다”…미스 인도네시아 4위
지난 2019년에 미스 인도네시아(Puteri Indonesia)로 활동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장관실에서 일하고 있을 때 피트리아나씨는 대회 측으로부터 먼저 출전 제안을 받았다. 24세이던 그는 “25세까지만 지원이 가능해서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 도전했다”고 설명했다. 피트리아나씨는 4위를 했다고 한다. 그는 “나보다 예쁘고 뛰어난 사람은 늘 많다”며 “경쟁이 아닌 친구를 사귀러 간다는 느낌으로 나가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줬고, 그 부분이 심사위원들에게 감명을 줬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대회가 끝날 때쯤, 피트리아나씨는 새로 부임한 위시누타마 쿠수반디오 창조경제관광부 장관으로부터 승진 제안을 받았다. 함께 일했던 트리아완 무나프 전 장관의 추천 덕분이었다. 그가 맡은 직무는 장관실의 ‘커뮤니케이션과 전략 분석 담당’. 24살의 나이로 최연소 보좌관이 된 셈이다. 이 때문에 내부에서 “미스 인도네시아가 여기 왜 있냐”, “비서 아니냐”는 등의 따가운 시선도 있었다고 한다. 피트리아나씨는 “전 장관님이 나를 추천했다는 걸 사람들이 알게 됐고, 저도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밤낮없이 일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