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이뤄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이낙연 전 대표 캠프 출신 의원들의 만찬에서 나온 말이다. 이 후보는 ‘명·낙대전’으로 벌어진 이낙연계 의원단과의 거리감을 좁히는데 애썼지만, 이날 날 선 질문을 여럿 받았다. 그 가운데엔 이 후보의 대표 어젠다인 기본소득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일부 참석자에 따르면, 당시 신동근 의원은 이 후보에게 “양극화 불평등 해소가 시대적 과제인데 기본소득은 되레 불평등을 야기할 수 있어서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기본소득은 이낙연 전 대표의 공약인 ‘신복지’와 비슷하다”며 “이 전 대표가 18살까지 아동수당을 늘리자고 하는데 그것도 전 국민 아동에게 주는 기본소득 아니냐”라고 답했다.
한 참석 의원은 5일 중앙일보에 “이 후보도 진땀을 흘렸을 것”이라며 “그래도 기본소득과 다른 후보의 복지 정책을 열어놓고 결합할 수 있다는 취지로 들렸다”고 전했다.
이재명 “안 변하면 벽창호”…기본소득론자는 2선에
이와 관련해 당내에선 “이 후보가 기본소득 전략에 수정을 시작했다”(서울권 재선)는 평가가 나온다. 이 후보도 지난달 31일 공개된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경선 후보일 때의 주장과 정책, 당의 공식 후보일 때의 주장과 정책, 대통령의 주장과 정책은 다를 수밖에 없다”며 변화를 시사했다. “변화되는 상황에 따라 변해야 하는 상황이 있는데도 안 변하는 것은 벽창호”라고도 말했다.
이 후보는 중앙 선대위 인선에서도 ‘기본소득론자’들을 뒤로 물렸다. 지난 2일과 4일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진 중앙선대위 인선에서 이 후보를 도와온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등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기본소득 설계자’로 알려진 강 교수는 이 후보의 정책자문그룹 ‘세상을 바꾸는 정책 2022’(세바정 2022)에서 ‘기본소득 특별연구단 공동위원장’을 맡았고, 최 교수는 경선 캠프 정책조정단장이었다. 당내에선 “기본소득론자들이 전면에 배치될 거란 예상이 빗나갔다”는 말도 나온다.
대신 이 후보는 중앙선대위에 ‘전략적 공정성장 전략위원회’라는 후보 직속 기구를 만들었다. 그리곤 주류 거시경제학자이자 한국은행 출신의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를 위원장에 임명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중앙선대위 핵심 인사는 “대선에서 ‘성장 담론’은 빠질 수 없는 화두다. 선명한 성장 정책을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청소년·노인 기본소득’ 꺼낸 이재명…“유연한 정책”
이와 관련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본선까지 기본소득을 지속해서 주장하면 표 확장에 도움이 안 될 거라고 봤을 수 있다”며 “향후에도 ‘사이다’라는 후보 캐릭터는 유지하면서 정책은 유연하게 설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한국정당학회장)는 “중도 확장을 위해 기본소득 설계 수정이 불가피하지만 오히려 집토끼엔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며 “진보 후보로서의 보편적 복지 정책을 오히려 강하게 주장하는 게 경쟁자들과 차별화하는 지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