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호 내셔널팀장의 픽:빌딩에 밀려나는 해녀들
“40년 동안 안 했는데도 물질이 바로 되더라.”
김씨가 일하는 곳은 여느 해녀들과는 사뭇 다릅니다. 그는 부산의 고층빌딩이 운집한 수영구 남천항에서 물질을 합니다. 항구 바로 뒤편에는 부산 최고층인 101층 엘시티와 69층 W아파트 등이 즐비합니다.
50억원 넘는 엘시티 앞바다서 물질
현재 부산에는 700여 명의 해녀가 31개 어촌계에 소속돼 활동 중입니다. 이들 중에서도 남천항 해녀는 외지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존재입니다. 고층빌딩이 즐비한 도심을 낀 해안에서 물질을 하는 광경에 넋을 잃곤 한답니다.
남천항 주변의 엘시티와 W아파트는 부산에서도 손꼽히는 고가 아파트로 꼽힙니다.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엘시티는 평당 아파트값이 1억원에 육박합니다. 전용면적 186㎡(약 56평)의 매매가가 50억원에 달하는 겁니다.
고층 아파트에 바다 매립…해녀수 급감
주변에 고가 아파트가 몰린 것은 해녀들에겐 악재로 작용합니다. S아파트가 개발된 1976년부터 수차례 매립을 거치면서 해녀 수가 급감한 겁니다. 1970년대 200여명이던 남천어촌계 소속 해녀는 올해 5명까지 줄었답니다.
이런 부산 해녀들을 지키기 위해 나선 이들도 있답니다. 유형숙 동의대 호텔경영학 교수가 지난해부터 해녀 5명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나선 게 대표적입니다. 지난 1월에는 “도심에 존재하는 남천 해녀의 희소성과 문화적 가치가 크다”며 책을 내기도 했습니다. 부산 해녀의 어제와 오늘이 내일의 문화유산이 된다는 의미가 담긴 『어제오늘내일』이라는 책입니다.
한국·일본만 존재…2016년 유네스코 등재
그는 제주뿐 아니라 부산에도 해녀가 남아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답니다. 흔히들 한국에는 제주에만 해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 교수는 “한국 해녀와 일본 해녀와는 차이가 크다”고 말합니다. 일본 해녀는 하루 1~2시간만 작업하지만 한국은 하루 3~4시간씩 물질을 한다는 겁니다. 그는 “한국 해녀는 매일 억척스럽게 물질해도 한 달 수입은 300만원 남짓”이라고 말합니다.
70%가 70세 이상…“수입 떠나 물질에 만족”
날로 악화하는 환경에도 해녀들은 의연하기만 합니다. 해녀 김경숙씨가 중앙일보 취재진에게 한 말만 봐도 이른바 ‘포스’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옛날에는 해녀를 천하게 봤는데 요즘에는 그리 안 본다. 수입을 떠나 물질하는 것에 만족하며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