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째 제자리인 국내 증시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해내겠다."(지난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증권가가 해묵은 과제인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여부를 다시 의식하기 시작했다. 경제부총리와 여당 대선후보가 잇따라 성공 의지를 내비치면서다. 대체 MSCI가 뭐길래 이러는 걸까.
"선진지수 편입 땐 최대 61조원 유입"
한국 증시는 1992년 MSCI 신흥국 지수에 편입된 뒤 2008년부터 매년 선진시장 승격을 기대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2009년 FTSE 선진지수에 편입된 것과 대비된다.
선진국 지수 편입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외국인 자금 유입 기대감 때문이다. 선진국 지수를 따르는 글로벌 자금은 신흥국의 5~6배에 달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국 증시가 선진지수로 승격되면 18조~61조원의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는 최대 4035까지 오를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6월 25일 사상 최고치(장중 3316.08)보다 21.7% 높다.
투자자 유출입이 많은 신흥시장에 비해 변동성이 줄어드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MSCI 선진국 지수로 분류되면 글로벌 연기금과 보험사 등 장기 투자 자금이 들어와 증시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승격 가능성은 있는 걸까. 단기간 내 선진국 지수 진입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일단 한국 증시 규모 등은 선진국 지수 편입 조건을 충족시키는 데 충분하다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MSCI 선진지수 편입 기준은 ▶경제 발전 수준 ▶증시 규모와 유동성 ▶시장 접근성 등 크게 세 가지다.
지난해 한국 국내총생산(GDP)은 1조6000억 달러로 세계 10위 수준이다. 증시 규모와 유동성도 뛰어나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 증시의 시가총액은 세계 13위, 거래대금 규모는 세계 4위였다. 다만 시장 접근성 부문이 발목을 잡는다. 시장 접근성은 글로벌 투자 자금의 한국 증시 유출입이 얼마나 자유로운지를 의미한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역외(한국 외 지역) 외환시장 개설 문제다. MSCI는 그간 24시간 거래가 가능한 역외 원화 거래 시장을 열어 달라고 주문해왔다. 현재 외국인은 서울 외환시장이 열리는 오전 9시~오후 3시 30분에만 현물환을 거래할 수 있다. 환율 변동성 확대를 우려하는 한국 정부 입장에선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다.
2024년 이후에나 편입 가능할 듯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공매도 금지는 선진국 지수 편입에 부정적 요인"이라며 "공매도 관련 규정이 국가별 시장 분류 심사에 명시돼 있진 않지만, 정성적 지표로 작용해왔다"고 말했다.
관찰대상국(Watch list) 지위 회복도 해결 과제다. MSCI 선진지수에 편입되려면 일종의 후보군인 관찰대상국에 먼저 올라야 하는데, 한국 증시는 2014년부터 관찰대상국 명단에서 빠져 있다. 내년에 관찰대상국에 오르더라도 최소 1년은 지나야 지수 편입 대상이 된다. 지수 편입은 편입 결정 후 1년 뒤다. 절차상 2024년 이후에나 선진지수 편입이 가능한 셈이다. 기재부 측도 "선진지수 편입까지 2~3년 이상 걸릴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