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한다는데…"벌채 중단 안 해" 폭발한 인니 장관

중앙일보

입력 2021.11.05 18:22

수정 2021.11.0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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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도 2030년까지 산림 벌채(deforestation)를 멈추겠다는 세계 100여 개국 지도자들의 합의가 나온 이후 인도네시아 환경부 장관이 이를 “부적절하고 불공평한 요구”라며 비판했다고 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전했다.  
 

지난 2012년 니켈 광산을 만들기 위해 벌채된 인도네시아의 열대 우림. [로이터=뉴스1]

이날 시티 누르바야 바카르 인도네시아 환경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2030년까지 삼림파괴를 제로(0)화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불공평하다”며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을 약속할 수는 없다”고 적었다.
 
이어 그는 “우리는 나라에 도로를 짓기 위해 나무를 잘라내야 했다”고 설명하며 “숲을 포함한 인도네시아의 자연 재산은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원칙에 따라 사용될 수 있도록 관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 개발이 최우선 사업이 되는 개발도상국에 대해 선진국들이 무작정 벌채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마하캄강에서 벌채한 목재를 한 노동자가 관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앞서 지난 2일 브라질·러시아·캐나다·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 등 100여 개국은 영국 글래스고에서 진행 중인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2030년까지 산림파괴를 중단하겠다는 ‘삼림과 토지 이용에 관한 글래스고 지도자 선언’에 합의했다.  
 
이는 매년 이산화탄소 76억 톤을 흡수하는 ‘탄소 저장소’인 숲을 보호하자는 것으로 이번 COP26의 첫 번째 결실로 꼽힌다. 여기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도 동참을 선언한 상황이다. 대통령이 서명한 국제사회의 약속에 대해 담당 장관이 공개적인 반대 발언을 내놓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BBC는 “인도네시아가 이번 국가 간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OECD 회원국에 할당된 분담금 대비 실제 지원한 기후금융 비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선진국들의 합의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환경 의제를 두고 개도국 환경 장관들의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AP 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부펜데르 야다브 인도 환경부 장관도 기자회견을 통해 “부자 국가들이 기후변화에 취약한 나라들과 개발도상국 이익 보호와 관련해 ‘역사적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며 “인도는 신흥국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대기 오염을 일으키며 경제를 키워왔던 선진국들이 이제 막 경제를 일으키려는 개도국에 이른바 ‘사다리 걷어차기’를 하고 있다는 취지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열대 우림의 약 10%를 차지하며 브라질, 콩고와 함께 3대 열대우림 지역으로 분류된다. 산림 파괴 중단을 위해선 인도네시아의 약속 이행이 필요한 상황이다. 인도도 에너지의 70%를 석탄을 통해 생산하는 세계 3위의 탄소 배출국으로 선진국들은 현 상황에 대한 빠른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해 2월4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26) 개최 준비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AP=뉴시스]

다만 앞서 세계 주요 7개국(G7)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지난 2009년 개발도상국들이 숲을 지키고, 탄소 배출을 감축할 수 있도록 2020년까지 매년 최소 1000억 달러(약 118조원)의 기후기금을 제공하기로 했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지난달 보고서를 보면, 2019년 기준으로 개도국에 지원된 기금은 약 800억 달러에 그쳤다. 현재로서는 2023년은 돼야 목표 금액을 달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