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츠랩]기술 수출에도 출렁인 주가…혈관 치료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중앙일보

입력 2021.11.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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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은 기업 규모나 업종을 가리지 않고 종목을 분석합니다. 상대적으로 중소형 바이오주는 덜 다루는 측면(지난 6월 메드팩토 정도랄까요)이 있는데 그만큼 신약개발의 리스크가 크기 때문! 하지만 독자 여러분의 관심은 많죠. 그래서 오늘 하나 준비해봤습니다. 큐라클입니다. 지난 7월 IPO 일반 청약에 10조원이 넘는 돈이 몰리면서 큰 관심을 받았는데요. 요 며칠 부쩍 시끌시끌!

신약 개발 이미지. 셔터스톡

큐라클의 공모가는 2만5000원. 상장 후 6만원대까지 진격하다 10월 초 3만원 초반까지 미끄럼틀을 탔습니다. 곧 반전이 시작돼 약 보름 만에 주가가 약 50% 급등. 하지만 10월 28일부터 급락해 다시 3만1000원 수준까지 밀려 내려왔습니다. 전날 저녁 회사의 발표 때문이었죠.
큐라클은 유럽 1위 안과 전문기업 떼아오픈이노베이션과 당뇨병성 황반부종 치료제(CU06-RE)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 계약 규모는 선급금 약 70억원(600만 달러)과 개발 진행 단계별 마일스톤(기술료)을 포함해 약 2000억원(1억5700만 달러)인데요. 제품을 출시할 경우 순 매출액의 8%에 달하는 로열티를 받는 내용도 포함!
 
통상 신약 개발 업체에 기술 이전은 큰 호재입니다. 일단 약의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의미이고, 자금이 들어오니 숨통이 트이죠. 임상 단계를 거쳐 약을 실제로 출시할 때까지 엄청난 자금과 인프라가 필요한데 큰 회사와 손을 잡으면 개발 성공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입니다.

신약 개발 이미지. 셔터스톡

계약 발표 후 큐라클의 주가 흐름이 이례적인 이유! 일단 계약 규모가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친 측면이 있는 듯합니다. 금액이 적으면 아무래도 기대치가 낮은 것 아니냐고 해석할 수 있으니까요. 회사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CU06-RE 전체가 아니라 황반부종과 황반변성 두 가지 적응증에 관한 권리만 이전한 것이고, 아시아 지역 권리를 뺀 계약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합리적”이란 설명!
계산법이 어떻든 시장은 그렇게 판단했고, 주가는 이미 내려갔죠. 앤츠랩이 할 일은 앞으로 어떨 것이냐를 들여다보는 것! 2016년 설립한 큐라클은 차세대 혈관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나이가 들면 혈관에 이런저런 문제가 생기는데요. 특히 인체 혈관의 95%를 차지하는 모세혈관이 약해지면 면역 체계가 깨지고, 뇌졸중·당뇨나 망막 이상 등의 난치성 질환을 야기!

혈관. 셔터스톡

현재의 치료법은 혈관을 공격하는 여러 나쁜 인자를 따로따로 처리하는 방식입니다. 각각의 치료법은 있지만 한계도 분명하죠. 다양한 공격을 한꺼번에 막아 혈관 내피 기능을 보호하는 약물(CU06-1004)이 큐라클이 내세우는 포인트! 기존에 없던 접근법이죠. 큐라클은 이런 아이디어를 구현할 독자적인 플랫폼 솔바디스(SOLVADYS)를 보유했는데요.
‘CU06-RE’는 솔바디스 플랫폼으로 발굴한 대표적인 후보 물질! ‘CU06-RE’는 현재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인데요. 이르면 내년 상반기 2상에 진입. 큐라클이 직접 수행해 속도를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당뇨 합병증 중 하나인 당뇨병성 황반부종은 전체 당뇨 환자의 약 10%에서 발생하는데요. 

기술 이전에도 주가 급락…기대 못 미친 계약금 탓?
차세대 혈관질환 치료제…탄탄한 파이프라인 보유
안구 질환에서 시작…폐·심장 등 확장성도 매력

치료제 시장이 연간 4조원 규모. 지금은 망막에 직접 주사(아일리아가 대표적)를 놓는 방식 의존합니다. 환자들의 불편이 큰데요. ‘CU06-RE’는 경구용, 즉 먹는 약이라 더 큰 관심을 받죠.

황반변성 환자의 시야. 셔터스톡

또 다른 후보 물질도 쑥쑥 크고 있습니다. 당뇨병성 신증 치료제로 개발 중인 ‘CU01’은 올해 3월에 국내 임상2a상을 완료! 습성 황반변성 치료 물질인 ‘CU03’ 역시 임상 2a상에서 안전성을 확인했고, 내년 후기 임상에 진입할 듯! 
 
황반변성은 망막 중심에 있는 황반부 이상으로 시력에 문제가 생기는 건데요. 노화가 원인인 경우가 많아서 현재 10조원 규모인 치료제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중이죠. 역시 주사치료에 의존하는데 경구형 개발에 성공한다면 상당한 임팩트!
큐라클은 ‘CU06-RE’ 1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2상부터는 급성 폐질환(CU06-ALI) 과 급성 심근경색(CU06-MI) 적응증을 확대할 계획. 자체 플랫폼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낮은 비용으로 파이프라인을 빠르게 늘려갈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힙니다. 조만간 또 다른 기술 이전 소식이 들려올지도!

혈관. 큐라클

관점에 따라 2000억원은 실망스러운 금액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떼아와의 계약으로 신약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점 또한 분명! 코스닥엔 기술 이전 근처에도 못간 바이오주가 수두룩합니다. 개발 능력, 시장성, 확장성 등을 검토해 매력이 있다면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게 올바른 바이오 투자법!  
물론 과도한 기대는 금물. 신약 개발은 그야말로 멀고도 험한 길입니다. 최근 이슈로 단기간 주가가 출렁일 수 있는데요. 대표 격인 ‘CU06-RE’가 상용화되려면 최소 5년 이상이 걸리는 만큼, 긴 안목에서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6개월 뒤:
이제 시작, 멀리 보자


 
※이 기사는 11월 3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을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