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이날 김씨의 구속영장과 함께 천화동인 4호의 소유주인 남욱(48)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도 발부했다. 다만 정민용(47)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투자사업팀장에 대한 영장은 기각됐다.
서보민 판사 “범죄 혐의 소명…증거인멸 염려”
수사팀은 민간사업자 화천대유 최대 주주인 김씨의 구속으로 대장동 수사의 동력을 추가하게 됐다. 서초동의 한 법조인은 “주범으로 지목되는 김씨가 구속된 만큼 수사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다만 수사팀에 수사하려는 의지와 능력이 있다는 전제가 받쳐줘야 한다”라고 분석했다. 대장동 도시개발사업을 설계했다고 수차례 밝힌 바 있는 이재명 후보에 대한 수사에 검찰이 부담을 느끼고 뭉개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이미 기소된 유동규 전 본부장의 공소장에 이 후보는 물론 성남시의 개입 부분이 빠진 것과 관련해 법조인들은 “사건을 이 후보와 무관한, 유 전 본부장과 화천대유 김씨 등의 일탈로 탄탄하게 구성했다”라며 “현재로썬 이 후보를 집어 넣을 틈이 없어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한쪽에서는 “검찰이 구속의 실익이 없는 상태에서 보여주기 식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이 발부해준 듯하다”라는 비판을 제기한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김씨는 여섯 번이나 소환하는 대로 모두 순순히 응해 도주의 우려가 없고, 수사가 최초 의혹 제기 이후 뒤늦게 펼쳐진 상황에서 증거 인멸을 걱정할 여지도 없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만배 “그분의 행정지침 따랐을 뿐…정영학이 설계·축성”
이번 심사에서 최대 쟁점은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대한 651억원 이상의 배임 혐의였다. 김씨는 심사 직전 기자들에게 “그분(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최선의 행정을 한 거고, 저희는 그분의 행정지침과 성남시가 내놓은 정책에 따라 공모에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배임 외에도 유동규 전 본부장에 대한 700억원의 뇌물공여약속, 이 가운데 5억원의 뇌물공여, 9억 4300여만원의 회삿돈 횡령 혐의도 받는다. 횡령액에는 유 전 본부장에게 뇌물로 전달한 혐의를 받는 5억원과 원유철 전 미래한국당 대표의 부인 등 지인 5~6명을 회사 직원으로 허위 등재하고 급여 명목으로 회삿돈을 빼돌린 것으로 의심되는 4억 4300만원가량이 포함돼 있다.
김씨는 이 같은 혐의도 부인했다고 한다. 이 전 시장의 방침에 따랐을 뿐이기 때문에 로비 등을 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다. 그는 심사 직전 “그렇게 많이 (700억원을) 줄 이유도 없고 그렇게 큰 액수를 약속할 이유도 없다”라며 “다 곡해고 오해”라고 말했다.
검찰은 민·관합동 시행사 가운데 민간 부문의 주요 피의자로 김씨를 지목한다. 김씨가 화천대유 대주주로서 사업을 ‘총괄’했다는 판단이다. 검찰은 김씨의 구속영장, 유 전 본부장의 공소장 등에서 민간 부문 피의자들을 ‘김만배 등’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씨는 심사 직후 기자들에게 “정영학(53) 회계사가 (사업을) 설계하고 축성(築城)한 성을 정영학과 검찰이 공격하고 있는데 제가 방어해야 하는 입장에 섰더라”라고 말했다. 정 회계사는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5호의 소유주로서 지난 수년간 민간사업자 내부에서 오간 대화를 녹음한 파일 10여 개와 자수서를 지난 9월 27일 검찰에 내 대대적인 수사로 이어지게 했다.
천화동인 4호 남욱도 구속…정민용은 기각
문 부장판사는 4일 오전 남 변호사의 구속 영장을 발부하며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라고 밝혔다. 정 전 팀장의 영장을 기각하면서는 “도망이나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다”고 설명했다.
남 변호사는 651억원 이상의 배임 혐의와 더불어 유 전 본부장, 정 전 팀장의 자금 세탁용 페이퍼컴퍼니로 의심되는 유원홀딩스에 뇌물 35억원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남 변호사가 해당 금액을 천화동인 4호에서 빼돌린 것으로 보고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남 변호사는 심사 전후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남 변호사로부터 35억원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정 전 팀장은 부정처사후수뢰 혐의를 받는다. 돈은 최종적으로 유 전 본부장에게 건너갔을 것으로 검찰은 판단한다. 정 전 팀장은 651억원의 배임 혐의도 받는다. 유 전 본부장 공소장에 따르면 정 전 팀장은 대장동 민간사업자 공모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지분율(50%가량)이 아닌 임대주택용지(A11 블록)로 확정이익을 받도록 공모지침서을 작성하고 이후 사업협약서에서 민간사업자의 추가이익 환수 조항 삭제를 주도한 당사자로 지목되고 있다.
정 전 팀장의 변호인은 심사 직후 중앙일보와 만나 “모든 혐의를 불인정한다”라고 밝혔다. 특히 부정처사후수뢰 혐의와 관련해 “사건 당시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상태였기 때문에 부정한 청탁을 받을 만한 입장이 아니었다”라며 “또 돈이 계좌로 들어왔는데 뇌물을 계좌로 받겠나”라고 부인했다. 돈의 성격은 뇌물이 아니라 순수한 투자금이었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대장동 사업은) 유동규, 정영학, 남욱, 김만배 등이 만든 플랜이다”라며 책임을 화천대유 김씨 등에게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