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이 발부되면 수사팀은 지난 14일 구속영장 기각 때 구겼던 체면을 회복하고 ‘50억 클럽’등 정‧관계 로비 의혹과 성남시 등 ‘윗선’을 규명할 첫 단추를 꿸 수 있다. 그러나 이날도 영장이 기각되면 ‘부실 수사’, ‘봐주기 수사’에 대한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김만배 “이재명, 최선의 행정…시정책 따랐을 뿐”
이날 심사에서 김씨 측은 “성남시 정책에 따랐을 뿐”이고 “정영학 회계사가 설계했다”는 입장을 내세웠다고 한다. 시의 행정지침이나 정책에 따라 공모를 진행한 것이지, 화천대유의 ‘청탁’이나 ‘로비’는 없었다는 논리다. 또 민간 사업자들의 천문학적 돈 잔치로 문제가 된 화천대유 수익 구조를 설계한 것은 늦게 사업에 참여한 본인이 아니라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53) 회계사라는 주장도 펼쳤다고 한다.
김씨는 이날 심사 전 “이제 그분(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최선의 행정을 하신 거고, 저희는 그분의 행정지침이나 정책에 따라 공모해 진행한 것”이라고 했다. 심사 후에는 “정영학 회계사가 설계하고 축성(築城·지형에 적합한 군사 시설을 구축하는 일)한 성을 제가 방어하는 입장이 곤혹스럽다”며 정 회계사에 책임을 미루는 듯한 언급을 했다. 사태의 스모킹건이 된 녹취록 다수를 검찰에 제보한 정 회계사는 이번 영장청구 대상에서는 빠졌다.
영장 재청구 검찰 “활발한 로비 작업→651억원+α”
수사팀은 이날 영장심사에서 이제껏 김씨 조사에서 제시하지 않은 증거를 다수 제시했다고 한다. 지난달 14일 김씨에 대한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김씨를 총 6차례 소환 조사하는 등 영장 재청구를 위한 보강 수사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배임액 계산법도 기각된 김만배씨 구속영장 때와 다르게 적용했다. 1차 영장 청구 때 적힌 배임액인 ‘1163억+α’는 화천대유가 참여한 대장동 사업 시행사인 성남의뜰 주주들에게 돌아간 총 배당 이익 5903억원을 기초로 해서 민간 사업자들이 얻은 초과 이익을 계산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영장청구에서는 화천대유 측이 지난 2015년 3.3㎡(평)당 최소 1500만원 이상의 택지 분양가를 사업계획서상 1400만원으로 축소하는 방법 등으로 공사를 속였다는 점을 기준으로 초과 이익을 성남도시개발공사 지분율(50%)로 나눠 산정했다.
사업의 수익성에 대해서도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갈렸다. 검찰은 대장동은 ‘분당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이었고 서판교터널 개통 등으로 땅값 상승이 객관적으로 예견되는 상황이라 수천억원의 개발이익을 얻을 것이 넉넉히 예견된다고도 봤다. 반면 김씨 측은 당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어 있어 막대한 개발이익을 예상할 수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고 한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은 지난 1일 김씨에 대해 ‘651억원 α’ 배임 외에도 구속된 유동규(52) 전 성남도공 기획본부장에 대한 700억원 뇌물공여 약속, 뇌물공여액 5억원과 원유철 전 미래한국당 대표 부인 등 지인들을 가짜 직원으로 등재해 급여 명목으로 가로챈 4억4300만원 등 총 9억4300만원에 대한 업무상 횡령 혐의도 적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