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사고로 매년 400명 숨져
“법규 지키다간 밥 못 먹어” 호소
배달시간 측정 알고리즘이 문제
날씨·교통 등 여러 변수 반영해야
“법규 지키다간 밥 못 먹어” 호소
배달시간 측정 알고리즘이 문제
날씨·교통 등 여러 변수 반영해야
직선 거리 중심으로 시간 계산
그렇다고 지금처럼 안전 사각지대에 배달 라이더를 방치할 수 없는 노릇이다. 배달시장이 커지는 것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고, 어느 정도인지 원인부터 찾아야 할 시점이다. 정부와 학계 등에선 배달 알고리즘을 문제의 출발점으로 꼽는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하 미래전문기술원 오기석 부장은 “산재 사고 감축을 위해서는 촉박한 배달 시간 책정과 같은 배달 기사에 대한 압박 요인부터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안전공단은 이륜차의 안전배달시간에 대한 연구용역을 한양대 물류교통공학과에 의뢰했다. 결과는 충격적이다.
유명 배달회사의 인공지능(AI) 배차 시스템에는 실제 20여 분이 걸리는 거리를 직선거리로 책정해 배달 완료까지 배정되는 시간을 12분으로 표시했다. 서울 강남의 A호텔에서 B의원까지 배달을 한다고 가정하고 데이터를 분석했다. 도로를 따라가는 직선거리로는 3.1㎞였다. 배달회사는 12분으로 소요시간을 제시했다. 한데 제한속도를 지키면 배달 지점까지 가는데 ㎞당 54.3초가 더 필요했다. 지능형 교통체계(ITS)의 정보를 기반으로 배달시간을 책정하니 ㎞당 101.4초가 더 소요돼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 17분 넘게 걸렸다.
사고 다발지역 경고 시스템 구축
주말이나 눈·비가 올 때는 더 소요되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런 요소를 반영한 알고리즘은 아직 찾기 힘들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올 때 배달 수수료를 더 올리는 식으로, 안전보다 돈으로 땜질하는 문화가 팽배하다.
산업안전공단은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조만간 배달 플랫폼 운용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여기에는 ▶사고 다발지역 ▶안전속도 ▶교통량 ▶교차로 비율 ▶경사 ▶커브 ▶공사 여부 ▶사고나 고장 또는 행사 ▶눈·비·안개농도·풍속 등 기상조건 ▶주중·주말 여부가 모두 망라된다. 이런 요소는 따지고 보면 배달 라이더의 근무조건이다. 이런 조건이 배달 알고리즘에 가미되면 적절한 배달 소요시간의 책정이 가능해진다. 이른바 ‘안전배달시간’이 산출된다. 사고 다발 지역에선 음성과 문자 등으로 경고하는 시스템도 구축한다.
산업안전공단은 이 알고리즘이 구축되면 불량 알고리즘의 자진 퇴출을 유도할 방침이다. 앱 개선과 자가점검 장치 보급을 위해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적정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빨리빨리’에 익숙한 배달문화의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배달이 조금만 늦어도 별점으로 기사를 비난하는 ‘별점 테러’ 문화에서는 아무리 좋은 장치가 나와도 사고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박두용 산업안전공단 이사장은 “배달 시간을 고객이 나눠 부담하는 문화, 즉 수수료를 올리는 금전적 방안 이외에 좀 더 느긋하게 기다리는 슬로푸드형 타임을 배달 문화로 받아들이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