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박원순표’ 예산 대거 삭감…TBS 예산 123억원 깎았다

중앙일보

입력 2021.11.01 13:16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2022년 예산안 기자설명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예산 대비 9.8%(3조 9186억원) 증가한 2022년 새해 예산안으로 44조 748억 원을 편성해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 [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은 1일 “(TBS가) 독립된 언론의 힘으로 정부 정책이나 서울시 정책에 대해 가감 없는 비판, 대안 제시를 하려면 재정 자립이 가장 선행되어야 하고 그 힘은 광고 수입으로부터 나온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이날 서울시청에서 서울시의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교통방송 TBS에 대한 내년도 출연금을 올해 출연금(375억원)에서 약 123억원을 삭감한 252억원으로 책정했다. 앞서 TBS는 서울시에 381억원을 요청했다.
 
오 시장은 TBS 출연금 삭감 배경에 대해선 ‘재정 자립’을 이유로 꼽았다. 그는 “독립언론, 독립방송, 독립을 한다는 것의 의미는 권리·권한과 함께 그에 따른 의무와 책임도 독립이 되어야 진정한 의미의 독립”이라면서 “스스로 홀로 설 수 있는 재정의 독립이야말로 진정한 독립이라는 것은 방송통신위원회나 방송 관련 기구에서 꾸준히 제기했던 논점”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TBS는) 이미 독립을 선언한 지 2년이 지났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명실공히 독립을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예산을 (삭감해)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1990년 서울시 산하 교통방송본부로 출발한 TBS는 지난해 2월 별도 재단을 만들어 서울시로부터 독립했으나 여전히 수입의 70% 이상을 서울시 출연금에 의지하고 있다.
 
오 시장은 “TBS의 독립을 심의하는 과정에서도 회의록을 보면 재정자립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데 광고를 충분히 함으로써 재정자립을 한다는 중요성이 자주 논의되고 있다”면서 “TV나 e-FM의 경우 상업방송이 허용되고 있고 FM 라디오의 경우 상업광고가 허용이 안 되어 있는데 (TBS) 사장의 더 적극적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TBS 출연금 삭감안’이 더불어민주당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시의회를 실제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서울시의회는 더불어민주당이 110석 중 99석을 차지하고 있다.
 
오 시장은 이와 더불어 내년도 예산안을 44조748억원 편성해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 올해 사상 처음으로 4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 예산보다 9.8%(3조9186억원)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다.
 
고(故) 박원순 전 시장 시절 중점 추진해왔던 시민단체, 민간위탁 사업과 TBS 예산 등은 대폭 줄이고 청년, 소상공인 등을 집중 지원하는 내용의 예산을 편성했다.
 
오 시장은 이번 예산안에 담긴 시정 철학에 관해 “‘서울시 바로세우기’로 명명된, 흐트러진 재정을 좀 더 정교하게 ‘시민 삶의 질’ 위주로 바로잡는 것과 서울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바로 세우기’는 오 시장이 박 전 시장 시절 이뤄진 시민단체 지원사업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겠다며 지난 9월 대대적으로 선포한 시정 운영 방침이다.
 
오 시장은 “관행적·낭비적 요소의 재정 지출을 과감히 구조조정하는 재정 혁신을 단행해 총 1조1519억원을 절감했다”며 이 중에는 ‘서울시 바로 세우기’ 관련 민간위탁 보조사업 절감분 832억원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