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수소경제
지난 6월 가동을 시작한 대산그린에너지는 세계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부생수소 연료전지발전소다. 한화토탈이 만든 부생수소는 지하 2㎞ 배관을 통해 대산그린에너지로 공급되고, 필터링을 거쳐 연료전지 스택(전지를 적층한 장치)에서 화학반응을 거치면 전기와 물로 바뀐다. 이곳에서 부생수소로 생산하는 전기는 서산시 16만 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40만MWh(메가와트시)다.
정부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2030)’를 발표하면서 수소에 대한 관심이 높다. 정부의 탄소중립 방안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2018년 대비 40% 줄이겠다는 게 골자다. 이에 따라 현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 끌어올리지 못하는 한 수소가 유일한 대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한국의 수소산업은 우선 생산 분야에서 대산그린에너지의 예에서 보듯 그레이수소 생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정부가 탄소배출 감축 시한으로 못박은 2030년까지는 우리 현실에서 그린수소 생산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또 한국은 운송·저장 기술도 미국·독일·일본 등 수소 선진국에 뒤처져 있다. 그래서 산업연구원은 한국의 수소 전반에 대한 인프라 구축 수준이 선진국의 80% 정도로 분석한다. 박진남 경일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수소의 충전과 유틸리티 분야는 우리도 선두권과 큰 차이가 없다”며 “하지만 격차가 큰 생산 기술을 고도화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태양열·풍력 발전 여건이 좋지 않은 한국으로선 그린수소 개발이 쉽지 않다. 한국은 2017년부터 지난 4월까지 제주 상명풍력단지에서 실증 사업을 진행한 게 전부다. 김창희 한국에너지공대 에너지공학부 교수는 “청정에너지 보급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면 그린수소 기술 개발도 미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한국은 당분간 수소를 수입해 쓸 수밖에 없다. 이때도 저장·운송 기술이 뒷받침돼야만 하지만, 한국은 물리적 수소 저장(액화 수소 플랜트 등)과 화학적 수소 저장(암모니아 형태 등) 기술이 미흡하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30 NDC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당장 경제성이 없더라도 기업은 그린수소 등 ‘청정 수소’ 생산으로 가고, 정부는 청정 수소 인증제나 의무사용제 등을 보완해 그린수소 생산을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