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자처럼 견주가 출근하는 동안 유치원을 다니는 반려견이 늘고 있다. ‘개통령(개 대통령)’으로 불리는 강형욱 훈련사가 등장하면서 개를 빈집에 홀로 두면 안 된다는 인식이 커졌고,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위탁업체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사람도 아닌 짐승에게 유난 떤다’는 일각의 비난에도 강아지를 자식처럼 아끼고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반려인은 급증하고 있다.
유치원서 놀고, 공부하고, 낮잠 자고, 반장도 선출해
반려인은 강아지 가방에 간식과 장난감을 싸주고, 유치원 선생님은 식사와 배변, 교우 관계 등을 빼곡히 적은 알림장과 함께 반려견을 집까지 데려다 준다. 설날·추석·어버이날·스승의날과 생일 파티를 챙기는 건 기본이다.
예절 교육에 대한 평가도 중요하다. 배변을 완벽하게 가리고, 선생님 말씀을 잘 들은 모범 강아지는 ‘참 잘했어요’ 스티커를 받고, 가장 많은 스티커를 모은 강아지는 월말에 반장으로 선출된다.
항간에는 견주가 아침 등원 때 유치원 선생님에게 흰 봉투를 내미니 아이가 ‘반장’ 목걸이를 차고 나왔다는 우스갯소리가 돌기도 한다.
“비용보다 중요한 건 세심한 서비스”
강남의 한 애견 유치원 관계자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반려인에게 유치원 비용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바쁜 일정 때문에 반려견과 함께하지 못한다는 죄책감을 덜기 위해 유치원을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얼마나 더 세심하게 반려견을 돌보고, 사고 없이 안전하게 아이를 데려다주는지를 우선시한다”고 말했다.
견주 면접 3차까지 보는 미국 반려견 유치원
개가 사람이 많은 곳에서 차분하게 행동하는지, 다른 개를 만났을 때 공격하지 않는지 등을 시험하는 CGC 자격시험에 매년 10만 마리 이상이 응시한다.
심지어 일부 미국 반려견 유치원은 아무나 입학할 수 없을 정도로 진입장벽이 높다. 변호사 겸 방송인 서동주 씨에 따르면,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고급 유치원은 서류 심사와 면접 등 견주가 3번의 관문을 통과해야만 입학할 수 있다. 서동주 씨는 “하루 이용료가 10만원에 달할 정도로 비싸지만, 견주의 직업과 출퇴근 시간도 세심하게 살피고 핼러윈 때 코스튬을 입혀 사진을 찍어 보내주는 등 섬세한 서비스로 돈이 아깝지 않았다”고 말했다.
누구나 창업 가능한 유치원, 사고 시 피해보상 어려워
다만, 반려동물 산업 전반에 가격 거품이 껴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려견 위탁시 사고가 발생해도 제대로 된 피해 보상을 받기는 어렵다는 것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훈련사의 실수 또는 폭행으로 반려견이 사망하거나 다른 반려견에게 공격받아 다치더라도 적절한 사과조차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동물권단체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고가의 이용료만큼 제품과 서비스가 효과가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동물을 악의적으로 활용해 고수익을 올리려는 업체가 나타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