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정상들이 참여하는 COP26 관련 뉴스가 쏟아지는 가운데, 시민단체들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 위치한 한국이 맡을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회의에 직접 참석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입에도 관심이 쏠린다.
사실상 30% 감축?…"기후 악당 낙인 우려"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과학계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 대비 절반 이상을 감축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국외 감축분과 통계 꼼수를 빼면 사실상 30%만 감축하겠다는 수준"이라면서 "선진국에 비해 NDC가 유난히 낮은 한국이 COP26 이후 '기후 악당'으로 지목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박수홍 녹색연합 기후행동팀장도 "온실가스 배출국 9위인 우리나라는 NDC로 더 많은 책임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의 목표로는 국제사회에 실망만 안겨줄 뿐"이라고 말했다.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는 "COP26 직전 이 보고서가 발간되면서 한국이 국제사회의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심지어 NDC에도 2030년까지 석탄 화력 발전을 22% 잔존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외 감축분 담은 '파리협정 제6조' 쟁점
그린피스는 파리협정 제6조에 대해 "건강한 국제개발 협력을 통해 탄소를 줄이는 조항이지, 개발에서 나오는 잿밥을 나눠 먹는다고 해석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선진국이 개도국에서 일방적으로 탄소 감축 성과를 챙기는 협력이 아니라, 기술 공유 등을 통해 개도국의 탄소 감축을 돕는 개발 협력이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번 COP26에서 파리협정 6조에 대한 합의가 새로 이뤄지면 한국의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선진국이 벌이겠다는 국외 감축 사업인 청정개발체제(CDM)나 개도국 산림보호활동(REDD+)은 효과도 불확실하며 정의로운 방식이 아니다. 만약 6조를 제대로 해석하게 된다면 한국도 전체 감축분의 12%에 달하는 국외 감축 사업을 조정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영국 주도 '탈 석탄' 이슈도 한국 역할 주목
한국이 정부 차원에서 탈석탄동맹에 가입하거나 그에 준하는 의지를 보여준다면 국제적 위상(소프트 파워)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게 그린피스 측 주장이다.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도 "아시아 국가에서 탈 석탄 관련 발언이 나온다면 그야말로 파격적이다. 한국 경제를 뒤따라오는 동남아 국가들에 좋은 모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COP26에서 전 세계의 탈 석탄 의지가 확인되더라도 실제 영향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탈석탄동맹이 이번 회의의 기반이 된 파리 기후협약과 별개인데다, 동맹에 대한 석탄 기업들의 반대가 거세기 때문이다.
어려움 토로 산업계, 환경단체도 "비용 논의" 공감
국내서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27일 "기업이 탄소 중립으로 부담해야 할 비용이 늘면 생산설비·고용 감소, 해외 이전 등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제조업 비중이 높고 상품 수출이 경제를 뒷받침하는 국내 현실을 고려할 때 넷제로(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향후 여정은 기업뿐 아니라 국민의 삶에 큰 도전 과제이자 부담"이라고 했다.
시민단체들은 산업계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과학에 기반한 비용 논의를 함께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전문위원은 "높은 기후 대응 목표치를 말하는 건 산업계를 무시하는 게 결코 아니다. 비용 논의가 빠져 있는 만큼 기업들의 두려움이 있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장 위원은 "다만 기후변화는 결국 기업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COP26을 통해 객관적인 탄소 중립 비용을 예측하고 해결 방안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