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대신 낙엽쓸며 "미국만 믿는다"…'딸기' 오명쓴 대만軍

중앙일보

입력 2021.10.28 11:40

수정 2021.10.28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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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대만 신추의 군사기지에서 대만군이 중국 침공 대비 훈련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군 복무 4개월 훈련 중 잡초를 뽑고, 타이어를 옮기거나 낙엽을 쓸었다. 사격술 외 대부분 교육이 무의미했다."
 
대만의 20대 예비군 남성은 자신의 군 훈련 경험을 이같이 정리했다. 중국의 잇따른 무력시위로 대만과의 갈등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대만군의 중국 침공에 대한 방어 태세와 역량이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대만 군인·군 관계자 등 의견을 종합해 대만군의 역량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간 평화와 번영기에 누적된 군 내부의 문제 때문에 억지력이 약화해 대만군이 중국을 막아낼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군 자원이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대만 현역군인 수는 2011년 27만5000명가량에서 현재 18만8000명가량으로 크게 줄었다. 매년 8만명을 새로 징병한다. 애초 의무복무 기간이 2년이었지만, 기초훈련 4개월 뒤 예비군에 편입되는 식으로 바뀌었다.


예비군도 부실하긴 마찬가지다. 220만명이 편성돼 있지만, 훈련이 1~2년에 한 번꼴로 진행돼 역량 유지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신문은 특히 대만군의 기강 해이와 사기 저하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한 예비군은 대만군을 '딸기군'이라 표현하며 정말 중국군을 막을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딸기군'이란 1981년 이후 출생한 청년층을 뜻하는 용어로, 무기력해 힘든 일을 견디지 못하고 쉽게 상처받는 경향을 표현한 '대만 딸기 세대'에서 차용한 용어다.
 
신문은 대만군의 기강이 해이해진 건 '전쟁위기 시 미국이 나설 것이다' '미국 등 국제 사회 압력 탓에 중국이 침공하지 못할 것이다' 등의 시각이 팽배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대만이 이스라엘을 모델로 삼아 군조직을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여 모두 징병하고, 의무복무 기간을 늘려 국방력을 강화하라는 조언이다. 
 
이스라엘 인구는 대만의 절반도 안 되지만 연간 국방지출은 220억 달러(약 26조원) 정도로 대만(130억 달러 정도)을 상회한다. 이스라엘은 남녀 모두가 2~3년 의무 복무토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