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반년, 세계 정상들 매료시켰다···유엔 간 토종 스타트업

중앙일보

입력 2021.10.28 05:00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엔더블유케이(NWK) 조성훈(46) 대표가 26일 서울 파이낸스센터에서 중앙일보 기자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은혜 기자.

"전 국민이 참여하지 않으면 온실가스 40% 감축할 수 없어요."

 
제26회 유엔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COP26) '첨단 기술과 혁신' 세션(11월9일)에서 30분간 특별 연사로 나서는 조성훈(46) 엔더블유케이(NWK) 대표의 말이다. 그린(녹색) 기술 스타트업인 엔더블유케이는 글로벌 탄소중립 목표를 이룰 수 있게 소상공인 및 가계의 참여를 유도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후시 플래닛'(HOOXI Planet)을 개발 중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전까지 당사국 총회에 특별 연사로 초청된 한국 스타트업은 없었다고 한다. 
 
지난 26일 만난 조 대표는 "COP26 주최 측이 세션 관련 기술기업을 찾던 중 우리가 메타버스 기술을 이용해 전 국민의 참여를 유도할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 초청했다"고 전했다. 유엔(UN)과의 연결고리는 협력사인 국내 비영리 재단 ‘W재단(W Foundation)’이었다고 한다. W재단은 올해 초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과 함께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20개 파트너사로 등재됐다. 조 대표는 "정보통신(IT) 기술을 접목해 국민의 탄소 저감 활동을 촉진하는 아이디어를 W재단과 논의하다가 아예 회사를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설립 후 6개월 만에 유엔 초청을 받아 세계 정상 및 대표단 앞에 서게 됐다.  

[COP26 총회 D-3]

엔더블유케이가 개발 중인 후시 플래닛은 가상환경에서 탄소 줄이기 게임이 현실로 이어지도록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가입자가 카페에서 플라스틱 컵과 빨대, 종이 컵홀더를 쓰는 대신 텀블러를 이용하면 어느 정도 탄소 배출 저감 효과가 있는지 메타버스를 통해 알려준다. 반대로 현실에서 탄소 저감 활동을 하고 가상 세계에서 '인증'하면 메타버스 플랫폼 안에서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한다. 조 대표는 "일상에서 무심코 하는 활동들이 탄소 배출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게임으로 교육하면서 사용자가 '실익'도 챙길 수 있게 했다"고 소개했다.
 
엔더블유케이는 COP26에서 ‘탄소배출권’ 사업 진행 상황에 대해서도 발표한다. 일반적으로 국가의 탄소 저감 목표는 대기업과 기관 위주로 할당되는데, 이 과정에서 사고파는 탄소배출권을 중소기업과 수송 분야, 가계에도 확장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태양광 설치나 전기차 이용 등으로 탄소 저감 활동을 하면 그에 따른 탄소배출권을 환경부로부터 받아 기업이나 기관에 팔 수 있도록 지원한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전까지 유엔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COP)는 국가 간 협의의 장으로 역할을 해와 민간의 참여 폭이 크지 않았다. 이번 COP26에는 한국 기술 스타트업이 연사로 참여할 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도 다수 참여하는 만큼 민간 그린 기업들 간 ‘만남의 장’으로도 기대된다.


조 대표는 "한국 정부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겠다고 발표해, 국내 기업들이 '불가능하다'며 반발했다. 해외에서는 40%도 작은 목표라고 보는데, 이마저도 지금 상태로서는 달성 불가능하다"며 "전 국민이 참여해야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엔더블유케이는 그런 일에 보탬이 되는 일들을 앞으로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