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이곳 재검표는 지난 8월 10일 하기로 했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이유로 10월 1일로 변경했다. 그러더니 또다시 연기했다. 윤 전 위원장은 최근 소송을 취하했다. 윤 전 위원장 측은 “재검표 기약이 없는데 소송을 끌어봐야 얻을 게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그가 제기한 선거무효 소송은 당선무효와 상관없다. 당락을 떠나 투·개표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살펴보는 게 목적이다. 그래서 대법원의 재검표 연기 사유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 이상한 것은 재검표한 선거구에서 나온 투표지다. 시민단체가 인천지검에 제출한 고발장에 따르면 인천 연수을에서는 지역구 투표지와 비례 투표지가 중첩 인쇄된 ‘배춧잎 투표지’와 여러 장이 본드(접착제)로 붙어 있는 투표지 등이 다수 발견됐다. 대부분 잉크젯 프린터로 출력하는 사전선거 투표지였다. 경남 양산을 등 다른 재검표 지역구 2곳에서도 이상한 투표지가 나왔다.
재검표 참관인이었던 40년 경력의 인쇄업체 대표는 “잉크젯 프린터로 출력했는데 용지가 중첩된 상태로 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중앙선관위는 “투표사무원 부주의로 겹쳐 인쇄된 것으로 추정되며, 개표 후 투표지를 묶는 과정에서 접착제가 묻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민주주의 시스템은 선거로 유지된다. 선거의 핵심은 공정하고 투명한 투·개표 절차다. 그런데 요즘 투·개표 시스템을 믿지 못하겠다는 국민이 늘고 있다. 내 표가 제대로 집계되는지 의심하고 있다. 지지부진한 재검표와 다수의 이상한 투표지는 불신에 기름을 부었다. 어쩌면 표를 세는 사람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대가 온 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