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환경부는 녹색분류체계 수정안을 작성해 지난 20일께 관계 기관에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계·시민단체·전문가 의견 수렴과 관계 부처 논의 등을 거친 뒤 올해 안에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수정안 내용은 크게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사실상 정부의 최종안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새로 나온 수정안에선 상당히 큰 내용 변경이 이뤄졌다. 전환 부문을 새로 만들고 '탄소중립으로 전환하기 위한 중간 과정으로서 과도기적으로 필요한 경제활동'으로 정의한 게 대표적이다. 탄소중립 사회 실현에 기여하는 환경 기준을 제시한다는 녹색 부문 외에 별도 기준이 추가된 것이다. 녹색 부문에선 57개, 전환 부문은 4개 활동을 선정했다. 이 중 전환 부문에선 LNG를 이용한 발전 방식을 2030년까지 녹색경제활동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이 새로 생겼다. 반면 원자력 발전은 양쪽 모두에 포함되지 않았다.
LNG 발전을 한시적으로 인정하는 대신 에너지 생산량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이 1kWh당 320g 이내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 수치는 2030년까지 250g으로 줄여서 달성해야 한다.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신형 설비 적용이나 열병합 진행시 신규 가스 화력 발전소도 녹색금융 혜택을 받을 여지가 충분하다. 기후대응을 위해 수립하는 녹색분류체계로 화석연료 사업을 지원하는 건 제도 취지에 반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번 수정안에선 2025년 이후에만 전 과정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을 적용키로 했다. 2024년까지는 발전소에서 나오는 양만 계산하게 된다. 우리보다 앞서 녹색분류체계를 도입한 유럽연합(EU)에서 전 과정 배출 평가를 근거로 가스발전을 제외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한 새로 짓는 LNG 발전소는 향후 재생에너지 급증 등으로 수명을 채우기 어려워 '애물단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수소를 이용한 에너지 생산 기준도 개정됐다. 그린 수소가 사라진 대신 수소를 사용하는 전력 생산은 모두 녹색경제활동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환경단체에선 천연가스로 생산하는 수소는 재생에너지를 쓰는 그린 수소와 달리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다고 꼬집었다. LNG로 만드는 '그레이 수소'나 이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포집ㆍ저장 기술(CCS)을 적용한 '블루 수소' 모두 온실가스 저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후솔루션은 "녹색분류체계는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첫 기후금융 규제다. 국내 체계가 신뢰성 있는 기준을 갖추지 못 하면 이에 기초한 ESG 금융 체계의 신뢰성 확보에도 큰 차질이 생길 것으로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LNG 발전은 산업계 의견 수렴 과정에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았기 때문에 새로 반영했다. 다만 궁극적인 녹색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한시적으로 인정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초안보다 후퇴했다는 시민단체 지적이 맞는 부분도 있지만 정부로선 다양한 입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밖에 없다. 온실가스 배출 전 과정 평가도 환경 영향 데이터(LCI DB)를 구축해야 가능한데, 해당 기반이 거의 없어 3년의 준비 기간을 둔 거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