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만 오면 “아빠 나가!” 서운해요
고민은 또 있습니다. 아이가 밤에 잠을 안 자요. 하품을 엄청 해서 “목욕하고 잘까?” 이야기하면 자리에 누웠다가 1분도 안 되어 다시 놀아요. 불도 꺼봤지만 안되더라고요. “아빠, 아냐. 아빠, 아냐” 소리도 해요. 엄마가 없을 땐 저랑 잘 놀거든요. 그런데 엄마만 오면 엄마 품으로만 갑니다. 최근엔 “아빠 나가”라는 말까지 들어서 엄청 서운했어요. 어떻게 하면 숙면을 시킬 수 있을까요.
그래서 부모와 떨어질 땐 울다가, 또 어린이집에 가서는 잘 지내다가 하는 것이 반복되더라도 크게 스트레스를 안 받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보통 두돌이 지나면 생각을 조금씩 시작해요. 사고력이 생기면서 자기주장을 하기 시작하는 겁니다. 아기는 지금 28개월이니까, 사고력이 생기면서 아이가 ‘아, 이제는 엄마랑 떨어지기 싫은데? 근데 자꾸 어린이집을 보내는구나. 내가 저항을 하면 또 늦게도 가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겁니다. 아이가 어린이집 안 간다고 하면 부모들이 달래고 그러잖아요. 아기가 아는 거예요.
귀여운 반항인걸요
왜냐하면 애착에도 순서가 있어요. 제일 의지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1번, 그다음이 2번, 3번 이렇게요. 그래서 아주 정상 발달임과 동시에 성장하면 지나갈 문제이긴 합니다. 하지만 아기 마음을 잘라서 본다면 다른 면도 보여요.
아기가 밤에 잠을 안 자는 이유는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서 그런 거예요. 이때쯤 되면 아이들에게 잠은 ‘부모와의 분리’입니다. 지금 아기에게 가장 큰마음의 이슈는 엄마하고 같이 가만히 있고 싶은데 잠이라는 것이 자꾸 사이를 갈라놓는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눈을 부릅뜨고, 잠이 아무리 와도 놀아야 하는 겁니다.
같이 놀아주세요
아빠 나가! 이런 말로 서운하시다고 하셨는데요. 아이는 아빠가 싫어서가 아니라, 아빠랑만 놀면 엄마가 없어진다는 것이 너무 싫은 거예요. 차라리 셋이서 같이 할 수 있는 활동을 하세요. 어머니를 떼어내지 말고요. 엄마 아빠 아이 셋이 할 수 있는 놀이가 많거든요. 아이들하고 놀 때는 일상의 모든 것이 다 장난감이에요. 부부가 함께 아이와 할 수 있는 놀이가 많아요. 공을 서로 굴려주기도 하고요. 그래야 아이가 ‘아, 나 엄마랑 떨어지는 거 아니구나’ 하는 안심 때문에 아빠도 더 사랑하게 됩니다.
아이 사회성이 낮대요
상호 작용 때 눈 맞춤을 잘 하지 않거나 아파트 엘리베이터 중 한쪽만 타기를 고집하기도 해요. 꼭 자신이 버튼을 눌러야 하고, 다니던 길로만 가고 싶어하고요. 근데 친구들에겐 별 관심이 없어요. 대학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는데요. 사회성이 또래에 비해 낮다고 하네요. 아이가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 같아 걱정이에요. 아이 사회성을 키워주고 싶은데, 막막합니다.
아이를 따라 해보세요
감정을 느끼는 뇌와 사회성을 느끼는 뇌는 한 묶음으로 봅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엔 아이의 정서와 사회성 뇌에 자극을 많이 줄 수 있는 활동을 하길 권해드려요. 간단해요. 아이를 따라 해보세요. 예를 들면 아이들이 방긋 웃잖아요. 같이 웃어야 해요. 아이가 아~ 하면 아~하고 따라 하시는 겁니다.
언어를 가르쳐주고 고쳐주는 것보다 아이 언어를 따라 해주세요. 특히 아기가 어릴 때는 행동이나 말을 모방해주는 것 자체가 정서와 사회성 뇌에 불을 켜요. 언어가 약간 늦다면, 언어의 뇌만이 아니라 소통과 관련된 감정, 사회성의 뇌에 자극이 덜 들어가서 그럴 수도 있거든요. 줄줄이 사탕처럼요. 정서발달이 사회성 발달에 영향을 미치고, 사회성 발달이 또 언어 발달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지요. 정서와 사회성 발달의 뇌가 잘 자극이 될 수 있도록 육아를 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그런데 관찰해보니 익숙해지면 또 괜찮더라고요. 그래서 새 신발을 사놓고 방에 전시를 해뒀습니다. 한 2주쯤 지나면 가지고 놀기도 하고, 신어도 봐요. 그러고 나서 “나중에 기분 좋은 데 갈 때 이 신발 신고 가자” 그러면 신어요. 돌이켜보면, 이것이 아이가 보였던 ‘유아기 불안’이었어요. 아기들은 뇌 발달이 빨리 이뤄져요. 그래서 독특한 행동을 보일 때 ‘그냥 고집이려니’ 생각하지 마시고, 기질의 문제일까, 혹은 타고난 감각의 특이성일까 등 원인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전문가를 한 번 만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괜찮아,부모상담소로 오세요
밤에 잠 안자는 아이, 학교 가기 싫다고 떼쓰는 아이…. 오만가지 고민을 안고 사는 대한민국 부모들을 위해 ‘육아의 신’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가 유쾌,상쾌, 통쾌한 부모상담을 해드립니다. 중앙일보 헬로!페어런츠(www.joongang.co.kr/parenting) 마파클럽 게시판을 통해 사연 신청을 하실 수 있습니다. 헬로!페어런츠에서 더 풍성한 부모뉴스도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