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휘발유는 L당 529원, 경유는 L당 375원씩 교통세를 부과한다. 소비량에 비례해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다. 기름값이 오르거나 내리는 것은 세금을 매길 때 상관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정부는 2008년 조세 체계를 간소화하는 차원에서 교통세를 없애려고 했다. 하지만 국회와 이익단체의 반대로 교통세 폐지는 무산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지난해 교통세 납부액은 15조원을 넘었다. 교통세에 자동으로 따라붙는 주행세를 더하면 18조원에 육박한다.
일부에선 도로·철도 같은 교통 인프라를 상당히 갖춘 상황을 고려해 교통세를 폐지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대신 탄소 배출량을 고려한 방식으로 에너지 세제를 전환하자는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18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에너지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손도 못 대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달 ‘교통세 일몰 연장의 쟁점과 시사점’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탄소중립’의 시대적 과제와 더불어 단순히 (교통세의) 일몰 기한을 연장하는 논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반 여건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홍 부총리는 26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를 주재한 뒤 유류세 인하를 발표할 계획이다. 주유소별로 기존 재고를 소진하는 시점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다음달 중순 이후에나 유류세 인하를 체감할 것으로 보인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재정적자가 심각한 상황에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유가 보조금이 아니라 (유류세의) 일괄 인하라는 보편 지원을 서둘러 결정한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