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생 없어"…무주 A어린이집, 자진 해산 결정
지난해 3월 임시 휴지(휴원) 이후 1년 7개월간 운영을 중단해서다. 이달 중순에는 자진 해산을 결정했다. A어린이집 원장 이모(59·여)씨는 "다시 열려고 해도 어린이집에 들어올 아이들이 없다"며 "어쩔 수 없이 폐지(폐원)를 신청했지만 생계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2000년대 초반에는 원생이 120명까지 있었고, 교사도 7명이 근무했다"며 "하지만 원생이 급격히 줄어 휴지를 결정한 뒤 저를 포함한 교사 3명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고 했다. 도대체 이씨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원장 "시아버지 평생 일군 자산 날릴 판"
이씨에 따르면 최초 개원 당시 A어린이집은 인근 다른 곳에 있었다. 해당 토지가 국민주택건설 사업 계획 구역에 편입되면서 이씨의 시아버지가 수용 보상금 4억1000만원을 받아 2007년 현재 위치로 옮겼다. 시아버지 소유 땅(1487㎡)에 어린이집을 다시 지었다고 한다.
이씨는 "어린이집 문을 닫으면 아버님이 평생 일구신 건물과 땅이 전부 지자체로 넘어간다"며 "최소한 땅값이라도 받고 싶은데 한 푼도 보상받을 길이 없다"고 했다. 이씨는 A어린이집 건물과 땅의 가치를 5억~6억4000만원으로 보고 있다. 그는 "비슷한 처지의 원장들이 전국에 엄청 많다"며 "운영난을 겪으면서도 설립자 자녀 등 가족이 어린이집을 끌고 가며 버티는 건 땅이라도 지키려는 목적"이라고 했다.
"사회복지법인 잔여 재산은 국가·지자체 귀속"
하지만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은 문을 닫으려 해도 법적으로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사회복지사업법상 공익 목적의 사회복지법인은 운영을 포기할 경우 법인 재산이 국·공유로 환원되기 때문이다.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 정관 대부분도 법인 청산 후 잔여 재산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 귀속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들은 "법인 설립 취지가 공익 목적이라 하더라도 법인 운영은 설립자 등의 생계 수단이자 직업의 자유에 포함되는 영역"이라며 "설립자 등에게 아무 보상 없이 법인에 귀속된 재산을 모두 국·공유로 환원하는 것은 가혹한 처사"라고 주장한다.
지자체 "사정 딱하지만 보상하면 특혜"
전북도에 따르면 현재 도내에서 어린이집을 목적 사업으로 하는 사회복지법인은 모두 129개다.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의 경우 시설에 대한 인허가와 휴·폐지 절차는 시·군이, 법인 해산과 잔여 재산 청산 절차는 시·도에 권한이 있다고 전북도는 전했다.
무주군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A어린이집의 사정이 딱한 건 알지만 지자체로선 사회복지사업법과 정관에 따라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라도 보상해 주면 전국 최초의 특혜가 된다"고 했다.
2만3700여 명이 사는 무주는 전형적인 농촌 지역이다. 무주군은 "현재 무주에는 어린이집 6곳이 운영 중이고, 원생은 280여 명 정도"라며 "애초 9곳이 있다가 A어린이집 외에 올해 초 2곳이 폐지됐다"고 했다.
복지부 "노인시설 등 다른 용도 재활용 검토"
일각에서는 "기존 어린이집을 다른 용도의 시설로 재활용하기엔 어려움이 많다"는 의견도 있다. "노인이나 장애인 시설 등으로 바꾸려 해도 해당 시설 기준에 맞게 건물을 리모델링하려면 적잖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이유에서다.